2022-10-19
E美지 25호/대중예술
무대 위에 서면 커 보이는 배우 신강수
꿈을 꾼다는 것은
신강수는 1981년 저신장으로 태어났지만 부모님과 3형제 모두 비장애인이다. 가족들은 그를 장애인이라고 배려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키웠다. 그래서 그는 집에서나 동네에서 골목대장을 했다.
학교에서는 개그맨 흉내를 잘 내는 개인기로 학우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는 학교 행사 때마다 앞에 나가 행사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친구들이 그에게 개그맨이 되라고 하였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직업을 얻기 위해 컴퓨터학과에 진학하였지만 도저히 개그맨의 꿈을버릴 수가 없었다.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입시 공부를 하여 2004년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에 입학하였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그런지 성적이 좋아서 장학금도 받고,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며 신강수는 학교에서는 이미 스타였다.
그렇게 신나게 4년의 대학 생활을 보내고 2008년 졸업을 하였는데 앞으로 어떻게 꿈을 펼칠지 막막했다. 신강수는 무작정 서울로 왔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먼치킨랜드 시장 역
그는 서울에서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극단을 찾아다녔지만 오디션을 통과하기란 바늘귀에 낙타 들어가는 격이었다. ‘왜 왔지?’ 하는 낯선 시선에 상처받기 일쑤였다. 연기자들이 무명 시절 흔히 하는 잡일도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신장 132cm밖에 되지 않는 그의 장애가 그런 잡일조차도 어려운 일로 만들어 버렸다. 좋은 마음으로 단원으로 받아 주었지만 극단 살림이 어려워서 월급 한푼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를 소중하게 아껴 주었던 사람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배역도 있었다. 바로 저신장장애인 역할로 200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연극 <오즈의 마법사>에서 먼치킨 시장역을 맡아 열연하였다. 관객들은 그가 실제 키가 작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연기를 잘 한다고 보고 있다가 공연이 끝난 후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무대 위에서는 커 보였다며 소감을 말하였다.
그는 극단 배우로 조연출자로 해설자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였지만 기회가 많지 않아 장애인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2015년부터 홀로걷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작품으론 2015년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희곡집 <급이 다르다>를 출간했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2017년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모노드라마 ‘작은 어른의 고백’ 을 공연했다.
2019년 에세이 <132cm 사용설명서>를 출간했다. 왜 키가 작은지? 장애는 유전인지? 옷은 아동복을 입는지? 등의 질문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그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 지쳐서 자신의 설명서를 만든 것이다. 책에는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가족, 사랑, 친구, 꿈 등이 담겨 있다.
신강수는 자신의 장애를 예술화시켜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장애인연극제 연기상도 받았고, 수필을 써서 상도 받았지만 어머니가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을 수상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 대중예술 부문은 가수 보아 어머니가, 국악 부문은 이자람 어머니가, 그리고 연극 부문은 신강수 어머니 윤경자 여사가 수상자이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서 동생 셋을 업어 키웠다. 베트남전쟁에서 다리를 다친 3대 독자와 결혼해서 40대 후반에 사별하고, 홀로 아들 셋을 키우신 정말 장한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오늘의 신강수가 무대 위에서 자신감 넘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난 놈 중의 난, 쟁이
개그맨 신강수는 2020년 2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스탠드 업> 2회에서 ‘난 놈 중의 난, 쟁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이날 방송에서 신강수는 박나래에게 ‘이제 단신 개그맨이라고 하지 말라. 내가 그 타이틀을 뺏어 오겠다.’고 선언했다.
흥겹게 춤을 추며 무대 위로 오른 그는 랩을 하며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그는 ‘난쟁이 보고 많이 놀려 보셨나 봐요?’라며 ‘제가 지나가면 ASMR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소곤대거든요. 근데 이렇게 큰 소리로 호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스탠드 업 코미디를 시작했다.
*ASMR은 자율(Autonomous), 감각(Sensory), 쾌락(Meridian), 반응(Response)의 줄임말로 즉흥적 반응
그는 ‘저는 연극하는 연기쟁이, 난 놈 중에 난, 쟁이 신강수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제가 이렇게 소개하면 사람들이 연기하고 글쓰는 걸 의심해요. 저는요, 연극판에서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상도 받았고 희곡집, 에세이집도 썼어요. 봐봐, 안 믿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강수는 ‘근데 난쟁이란 건 단번에 믿어요. 티가 많이 나요? 잠시만요, 안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며 신강수는 신발을 벗고 키높이 깔창을 꺼냈다. ‘이딴 거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저에게 있어서 가장 쓸모없는 물건이죠.’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또 ‘그동안 단신으로 활동하셨던 허경환 님, 양세형 님, 유병재 님, 그리고 박나래 님. 이제 그 단신 타이틀 내려놓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키가 작아 불편하지 않냐고 많이 묻는데, 키가 커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휴대폰 액정이 깨진 적이 없다. 떨어뜨려도 낙하지점이 짧다.’면서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애를 팝니다
그는 2020년 8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세일즈>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했다. <세일즈>를 만들게 된 계기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자격을 취득하며 배운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어서였다. 5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며, 고용 시에는 고용장려금을 지급하고 고용하지 않을 시에는 고용부담금을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에서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연극계는 그런 환경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나를 사 달라’는 의미로 ‘세일즈’라는 제목의 공연을 만들게 되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는 열심히 자신의 장애를 어떤 예술로 포장을 해서 값어치 있게 팔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어렸을 때 그에게 장애는 늘 비웃음이었고 놀림의 대상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장애인이라는 것을 확인받으며 차별과 비웃음 속에서 살아왔다. 그는 세상이 자신을 보고 웃는 비웃음을 박장대소로 바꾸고 싶었고 그런 작업을 지금도 계속해 오고 있다.
길거리에 있는 장애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지만 무대 위의 장애는 웃음이 아닌 감동이 된다. 공연을 보고 관객은 힘을 얻거나 교훈을 얻거나 스스로 성찰하기도 한다. 심지어 장애인이 무대 위에 있는 모습을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신강수는 <추락 2>, <여기 한때 가가>, <옥이>, <옥상 위의 카우보이> 등 연극 공연을 활발히 하고 있다.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 졸업
2011 나눔연극제 남자배우상
2012 에이블 연극축제의 10분 연극제 ‘희망 늬우스 연출’ 작품상
2013 나눔연극 휠링 대상
2014 제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경진대회 연극 부문 최우수상
2018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2004 코엑스몰 <고스트 판타지> 역
2004 광주 몽연극단 <이어진 인생사에> 스태프
2005 춘천 국제마임축제 통개그 공연
2005 총체극 <엘리스> 역
2005 대학로 연극 <부부 생활 백서> 오퍼
2008 개그 <해적단> 연출 & 극작
2008 서울시 뮤지컬단 <오즈의 마법사> 역
2009 극단 오광 마임 공연
2009 대전 우주페스티벌 오프닝 공연
2010 연극 <그들만의 세상> 역
2010 연극 <춤추는 휠체어> 역
2010 페스티벌 봄 <ㅣㅣㅣㅣㅁ> 출연
2011 연극 <무대 위의 나> 역
2011 연극 <돈키호테를 위하여> 역
2011 가수 홍원빈 <인생을 거꾸로 살자> 뮤직비디오 출연
2011 독립영화 <플라콩> 출연
2011 시튼 해바라기 연극 아카데미 강사
2012 윤영선 작 <여행> 역
2012 연극 <그날 우리는> 역
2013 연극 <휠링> 작 & 연출
2013 장애IN실험극 <민들레> 각색 & 연출
2014 발달장애 아동극 <느릿느릿 엉금엉금 거북이> 역
2014 극단 다빈나오 <내 삶의 소리> 난타 공연
2014 낭독공연 <급이 다르다> 作
2015 극단 다빈나오 <아주 특별한 우리형> 조연출
2015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판
2016 연극 <소리 빗다> 作
2017 연극 <작은 어른의 고백> 연출, 극작, 배우
2017 소리극 <옥이> 역
2017 연극 <색을 짓다> 작
2018 배리어프리극 <옥이> 역
2019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 작가 참여
2019 혜화동 1번지 가을페스티벌 <스탠드 업 그라운드 업> 공연
2019 극단 다빈나오 연극 <동충 아트빌 쉐어하우스> 연출
2020 KBS2TV <스탠드 업> 출연
2020 지금 아카이브 2020 코미디 캠프 <틈> 작
2020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역
2020 지금 아카이브 <나는 약하니까 거짓말을 해 줘> 역
2021 지금 아카이브 2021 코미디 캠프 <어린 시절> 작
2021 프로젝트그룹 빠-다밥 <추락 2> 역
2021 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여기, 한때, 가가> 역
2021 극단 다빈나오 <소리극 옥이> 역
2021 보편적 극단 <옥상 위 카우보이> 역
2021 장애인문화예술 판 <일어나 걸으라> 역
2022 두산아트센터 연극 <당선자 없음> 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