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9

詩가 웹툰을 만났을 때

달팽이

손성일 / 그림 연두

 

 

 

 

 

 

달팽이

 

손성일

 

달팽이가 느린 건 집이 있어서예요

집을 사려고 바삐 뛰지 않아도 되니까요

 

느리게 움직이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고 해요

폐지의 무게로 헉헉거리는

할머니의 활기찬 호흡과

햇빛에 반사되어 찬란한 빛을 뿜어대는

노동자의 굵직한 땀방울

그리고 저 너머의 금이 간

아파트 베란다 건조대에서

자신을 보며 방긋 인사하는 형형색색의

빨래가 꽃 무리처럼 아름답다고 해요

그러면 꺽꺽거리는

감동의 울음소리가 나오고

그제야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네요

보글보글 톡톡, 보글보글 톡톡

구수한 된장국소리 따르는 달팽이를

별 등 켜는 아이가 하나, 둘 불을 밝히며 따라가요

그 모습, 소독차 쫓아가는 아이 같아요

 

손성일

남, 뇌병변장애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우수상(동시, 동화)

부산카톨릭문예공모전 시 입선(2014)  

『아동문예』문학상 동시 당선(2017) 

2020구상솟대문학상 대상

전자시집 <나는 별을 세는 소년입니다>

동시집 <솜사탕이불>

동화집 <날아다니는 별> 외 문예지 발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