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9

詩가 웹툰을 만났을 때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손병걸 / 그림 연두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손병걸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고 살아왔다

시력을 잃어버린 순간까지

두 눈동자를 굴렸다

 

눈동자는 쪼그라들어 가고

부딪히고 넘어질 때마다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는데

짓무른 손가락 끝에서

뜬금 없이 열리는 눈동자

 

그즈음 나는

확인하지 않아도 믿는

여유를 배웠다

 

스치기만 하여도 환해지는

열 개의 눈동자를 떴다

 

손병걸

남, 시각장애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부산일보 신춘문예(2005)

구상솟대문학상 대상(2006)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우수상(2008)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2011)

중봉조헌문학상 대상(2013) 외.

시집 <푸른 신호등>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통증을 켜다>,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

산문집 <열 개의 눈동자를 가진 어둠의 감시자 손병걸>,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 외 공저와 문예지 발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