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2

E美지 28호/대중예술

영화감독 김종민 찾기

 

 

장애 때문에 생긴 일


김종민은 삼형제의 막내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른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교회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구르는 바람에 왼편마비로 왼쪽 팔 다리는 물론 왼눈도 안좋고, 왼쪽 치아도 안좋아서 왼쪽은 움직이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평상시에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진 않지만, 긴장하거나 추울 때는 왼편이 경직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왼쪽 손이 굽어진 것인데 사람들은 그의 장애를 잘 눈치채지 못한다. 

 

 

운명처럼 찾아온 영화

 
김종민은 1979년생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이 개최되었을 즈음, 아버지가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오셨다.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신프로 2박 3일에 천 원을 내고 첫 비디오를 빌려왔는데, 너무 재미있어 다섯 번은 족히 봤을 듯하다.  

1년에 800편 넘게 영화를 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고 24세 때 처음 영화 현장에 들어갔다. 그 당시 장애인으로서 영화계 일을 했던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제작스텝 막내부터 시작해 조연출의 자리에 오르며  ‘여선생vs여제자’, ‘김종욱 찾기’, ‘블랙스톤’ 등 다양한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그러다 2012년 영화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다리놓기>에서 첫 감독을 맡은 후 영화를 통해 장애인으로서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장애인영화를 만들며 

 


그의 감독 데뷔작 <다리놓기>는 한 전철역에서 청각장애인 여성과 시각장애인 남성이 부딪히며 시작하는 영화이다.

이 작품에는 고립된 장애인들을 연결해주고 싶다는 김 감독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김종민을 장애인영화계의 스타감독으로 만든 작품은 2018년도에 개봉한 단편영화 <하고 싶은 말>이다.

이 영화가 2019년 토론토스마트폰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받았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다섯 번씩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왕복 6시간에 걸쳐 용인을 스무 번쯤 오갔다.

중증장애인이 배우로 출연하고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성과도 좋았다.

‘토론토스마트폰영화제’에 출품하여 상영하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자리도 있었다.

토론토로 출국하던 날, MBC 뉴스데스크 팀에서 직접 공항으로 찾아와 인터뷰를 했고, 우리 영화가 방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 

 

 

‘오징어 게임’을 10년 동안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 역시 10년째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제작사를 만날 수 없어 지금도 그의 책상 속에 있다.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두 편의 장편 시나리오는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된 청년의 절망, 사랑, 성장을 그린 ‘위드미’와 라이따이한 여성과 한국 장애남성이 양궁을 매개로 만나서 사랑을 이어가는 이야기인 ‘퍼펙트 골드’이다.

이 시나리오들을 들고 많은 영화사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손에서 놓지 않으면 언젠가 제작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꿈꾸며 살고 싶다.

영화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영화를 하고 싶다.

 

 

김종민
남. 뇌병변장애. 영화감독 작가

한국열린사이버대학 통학예술치유학과(복수전공 심리상담학)

2021 용인시장애인인권영화제  <용기>, <죄송한...>, <중고거래> 입상
2019 토론토국제스마트폰영화제  <하고 싶은 말> 개막작(선정) 초청
2018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  <하고 싶은 말> 동상
2017 대한민국평생학습대상 국무총리상 

2021 <듣고 싶은 말> 
2020 <중고거래> 
2020 <선물>(기독교 웹드라마) 
2020 <감사>(단편영화)  

에세이 <비욘드 핸디캡>(2022)

소설 <우리 조금 더 행복해져도 될 것 같은데>(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