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2

E美지 28호/미술

화폭 속에 '행복의 조건'을 담는 김현하 작가

 

 

중국 유학길에 오르며 

 

 

1973년에 목포에서 위로 아들 둘이 있는 막내 딸로 태어나  세 살에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이라 도전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삼수를 하다가 우연히 프랑스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이 주얼리 디자이너였는데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자신도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보석 디자인 공부를 하고 주얼리디자인 회사에 들어갔다. 직원으로 1년 정도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7년 동안 주얼리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아갔다. 꼬박꼬박 보수가 나오니까 생활은 안정이 됐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은 갈증이 있었다.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고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동양화 전시회에 가게 되었는데 동양화의 수묵 느낌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 전시회 작가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중국으로 갔다. 그때가 31세였다. 

중앙미술학원 학부에서는 수묵인물화를 공부하고, 석사에서 재료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박사는 북경사범대학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였다.

 

 

다시 한국으로 

 

 

그녀는 2014년부터 ‘다른 시선’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2번, 뉴욕에서 2번, 한국에서 3번 개인전을 열었다.

<제2회 아시아 현대 미술>(뉴욕), (홍콩), (싱가포르), <세계의 수묵-국제수묵작품전>(중국)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그러다 2016년 뉴욕 허드슨밸리현대미술센터(HVCCA)에 3개월간 입주작가로 가게 되었다.

북경도 집 렌탈 비용이 비싸 미국으로 가면서 집을 빼고 선배 작업실에 짐과 작품을 맡겨두었다.

미국 현대미술계는 신세계였다.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고 특히 선입견이 없었다. 보수적인 중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자유였다. 

안정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2017년 귀국하여 그녀는  1년 동안 120점을 그렸다. 전시회를 준비하였던 것이다.

타이틀이 ‘행복의 조건’으로 세계 재벌들의 얼굴을 그 나라 동전에 담아낸 프로젝트였다. 이 작업은 ‘과연 돈이 많다면 행복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녀의 작업실이 있고 그동안 그린 모든 작품이 있는 보물창고인 남양주 집에 2020년 11월 화재가 났다.

저녁을 먹고 부모님과 잠시 산책을 나갔다 온 사이에 보일러 문제로 집이 다 타버리는 엄청난 사고를 직면하게 되었다. 

 

 

장애예술인의 현실에 직면하다

 

 

김현하 작가는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에 2019년부터 3년동안 입주작가로 참여하며 한국에서 장애와 예술인의 경계와 편견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출발점이 다릅니다.  공공 영역에서 장애예술인을 지원한다는 것은,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출발점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유럽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아티스트 피(Artist Fee)를 지원합니다.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모으면, 국가는 갤러리를 지원해주고, 갤러리는 작가에게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는 식이죠. 전시에 참가할 때마다 아티스트 피를 받는다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장애미술인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을 때 그것을 지원해주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림을 그리거든요. 
갤러리를 중심으로 기획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갤러리에 투자하고, 갤러리는 또 작가에게 투자하는 식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현하(Kim Hyunha)
설치미술가, 한국화가

2012 ~ 2015 Ph.D 중국 북경사범대학교 중국정부장학생예술학 박사
2007 ~ 2010 MFA 중국 북경중앙미술학원 중국화재료연구반 석사
2003 ~ 2007 BFA 중국 북경중앙미술학원 중국화수묵인물 학사

국제예술교류협회, 주중한인미술협회 회원 

2010 제4회 중국북경 국제아트비엔날레 입선(중국국립미술관, 중국 북경)
2007 2007한국미술상 신진작가상(한국미술센터, 서울 인사동)

개인전 7회 
단체전 2023 知話之樂-CAFA기획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