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2
E美지 28호/문학
나영 작가가 만든 동화 세상
생후 100일의 어느날
1980년 한국은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최고의 적은 연탄가스의 침입이었다. 그래서 연탄가스에는 동치미국물을 먹으라는 민간요법이 신봉될 때였다.
1980년에 태어난 작가는 생후 100일이 채 지나지 않았던 어느날 바로 그 무서운 연탄가스 즉 일산화탄소가 세 가족이 잠든 단칸방 가득 번져가고 있었다.
가족은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콧속으로 파고드는 냄새가 연탄가스라는 것을 알고 아빠는 곧바로 기절한 엄마와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아기의 울음이 한 가족을 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때부터 발육이 늦었고, 왼쪽 몸이 잘 말을 듣지 않는 사지마비로 뇌병변장애가 생긴 것이다.
작가의 문을 열고
나영은 언제나 해맑은 표정으로 부모님을 안심시켰고,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독서를 하며 세상을 탐색하는 즐거움이 컸다.
중학교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그래서 대학을 문예창작과로 택하였다.
처음에는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현실은 냉험했다. 소설은 발로 써야 할 만큼 경험이 중요하고 한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일도 버거웠다.
대학교 2학년 때 유명 소설가이기도 한 지도 교수님이 ‘동화를 잘 쓴다.’며 격려해 주셔서 동화작가로 꿈을 바꿨다.
2008년 단편동화 <나는 들바!>를 『아동문학세상』에 투고하여 신인문학상을 받고 안주하려던 차에 주위 선생님들의 격려와 독려로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그래서 신춘문예에 다시 도전을 했는데 2010년 드디어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
눈이 유난히 많이 와서 눈 폭탄 속을 헤치고 경기도에 있는 집으로 신춘문예작가를 취재 온 기자는 장애가 있는 그녀의 환한 얼굴에 당선 소식에 이어 두 번 놀랐다고 한다.
당시는 지금처럼 장애인 작가의 활동이 거의 없었던 때라서 나영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이 큰 화제가 되었다.
나영의 동화 세상
첫 장편동화 <햇살왕자>는 2015년에 출간되었는데 초등 교과서 교과 연계 도서로 선정될 정도로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햇살 왕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선의 어린 왕으로 비련하게 살다 간 단종이라는 인물에 관심이 많았고, 그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그의 이름이 ‘이홍위’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넓을 홍, 햇빛 위 자를 쓰는데, 어쩐지 그 이름에서 이 어린 왕의 삶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장편서사로 한번 풀어보자고 도전을 했습니다.
있었던 일의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2018년 두 번째 장편동화 <푸른 눈의 세상>은 미국 여행에서 느낀 것을 작품이고, 2021년에는 <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 2023년에는 <달리다 쿰>을 발표하면서 꾸준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고,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제 운신의 폭은 좁지만, 작품의 폭은 넓은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소재가 어떤 것에 국한되어지지 않는 작가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원합니다. 앞으로도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오랜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으니, 그 꿈을 이룬 것에 늘 감사합니다.
꿈을 이루고 보니, 솔직하게 더 큰 꿈이 생길 때도 있고 오히려 허탈함도 있지만 그 조율을 잘 하는 것도 새로운 꿈인 것 같습니다.
물론, 더 건강하게 작가로서 대성공을 하고 싶은 야망도 없진 않지만, 소소한 일상을 잘 견디고 가꾸어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제가 쓰는 글이 거짓이 되지 않게 사는 것이 꿈입니다.”
이나영/필명 나영(Nah Young)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2022 제13회 아름다운글 문학상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
2008 『아동문학세상』신인문학상(나는 들바!)
작품집
<햇살왕자>(2015)
<푸른 눈의 세상>(2018)
<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2021)
<달리다 쿰>(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