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솟대 시툰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손병걸

 

 

시 제목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를 보고 시각장애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미안을 가졌다거나 감시를 받고 있다거나 아니면 미래의 인간상 등 추상적인 해석을 한다.

 

하지만 시를 한 연 한 연 읽어내려가면서 중도에 실명을 한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적응하며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증거를 들이대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인은 시력을 잃게 되었을 때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사회에서 살길이 막막하였을 것이다.

무엇이 진짜인지 찾기 위하여 이리 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살다가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자

더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눈동자는 쪼그라들어갔다.

앞을 볼 수 없게 된 시인은 볼 수 있었을 때는 잘도 피해가던 조그마한 장벽에도 번번이 부딪혀 넘어졌다.

시인은 그럴 때마다 두 손을 벌려 바닥을 더듬었다.

얼마나 많이 더듬었던지 손가락이 짓물렀는데 어느 날 그 손가락 끝에서 새로운 빛이 느껴졌다.

드디어 손끝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것을 시인은 ‘뜬금없이 열리는 눈동자’라고 표현하였다.

 

시인은 장애때문에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바로 확인하지 않아도 믿는 여유가 생긴 것을 고백하였다.

시인은 두 눈을 잃은 것이 아니라 열 개의 눈동자를 얻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애인문학의 가치이다.

 

 

손병걸 시인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났으며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되었다.

1997년에 두 눈을 실명하여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창작과 학업에 몰입하며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석사학위를 마쳤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구상솟대문학상

민들레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

전국장애인근로문화제 시 부문 국회의장상 등 수상.

 

시집  『푸른 신호등』,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통증을 켜다』,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 등

산문집 『열 개의 눈동자를 가진 어둠의 감시자 손병걸』등.  

 

*솟대 시툰은 '보인정보기술'에서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