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5
우창수의 VR사랑
갈라테이아 페러독스
글_우창수, 그림_연두
갈라테이아 페러독스
기획의도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육체? 정신?
육체는 유전자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지만, 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흔히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으로 정신을 말하지만 정신은 아무것도 규명된 것이 없다.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인간 기억의 총체? 혹은 신성이 포함된 소우주?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종교와 수많은 철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과학자들이 정신을 두고 설명해왔지만 말 그대로 하나의 학설에 지날 뿐, 아무도 완벽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갈라테이아 페러독스는 안드로이드의 자각을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끌고 가면서 불교의 일체중생개유불성, 장자의 호접몽과 도, 스피노자의 범신론을 가져와‘인간의 정신을 가진 안드로이드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져 보려 한다.
이것은 그저 하나의 질문이며, 위 학설은 상징적이고 쉽게 표현될 계획이다,
등장인물
지아: 자상한 남편, 민호와 행복한 일상생활을 보내던 중, 몇 년 전부터 생일만 되면 매년 유체이탈 비슷한 경험, 그러니까, 잠자고 있는 자신을 자신이 바라본다던가 하는 신비체험을 하게 되고, 그런 경험은 그녀에게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온다. 민호에게 말해보지만 꿈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올해도 그렇게 생일은 어김없이 다가와 그녀를 두려움에 빠트린다. 더구나 자신의 기억 중 한 부분이 몽땅 빠져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민호: 생명공학박사. 지아와 행복한 생활을 보내지만, 항상 지아를 바라보며 무언가 죄책감에 억눌려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절에 다니기도 하고 철학책을 탐독하며 명상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지아에게 더욱 집착한다. 지아의 공포에 대하여 꿈이라고 윽박지르지만, 무언가 숨기고 있는 눈치이다. 밤에 자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하는 그. 지하 비밀 연구실에서 올해 지아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데......
줄거리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꿈적거리는 미물 모두가 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찰에서 참선을 하는 민호. 무언가 알 수 없는 죄책감에 괴롭다. 참선을 마치고 나와 아내 지아의 생일선물로 나비 모양 목걸이를 산다. 꽃꽂이를 하던 지아, 순간적으로‘최근 생일 때마다 꾸는 악몽’이 떠올라 장미 가시에 손가락을 찔린다.
최근 생일 때마다 지아를 두려움에 빠트리는 악몽의 내용은 잠자고 있는 자신을 자신이 바라본다던가, 어둡고 긴 통로를 걸어가다가 자신과 부딪힌다던가 하는 것인데, 너무 생생하며 이는 육체적 통증으로 이어진다.
민호와 생일 축하 케이크로 식사를 하던 중, 악몽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는 지아. 하지만 민호는 대수롭지 않게 꿈일 뿐이라며 웃고, 생일선물로 산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며 장자의 호접몽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장스러운 그의 반응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우울하던 지아는 자신의 과거 사진을 보며 어느 한순간의 기억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민호는 병상에서 죽어가는 지아의 영상을 보다가 슬프게 밤하늘을 바라보며‘모든 것은 오로지 신 안에서만 존재하며 생성하는 모든 것도 오직 자연의 무한한 본질적 법칙에 의해서 생긴다’는 스피노자의 학설을 떠올린다.
민호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 지아는 잠이 들어 있다. 잠이 든 지아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대는 민호. 그러자, 지아가 눈을 번쩍 뜨는데 머리에서 컴퓨터 칩이 나온다. 이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주머니에서 새로운 칩을 꺼내 지아 머리에 넣는 민호.
생명공학자였던 민호가 아내인 지아가 죽자 안드로이드로 만들었고, 지아의 악몽은 안드로이드 칩 교환으로 인한 이상현상이었던 것이다.
#1 - 법당
절을 하고 앞을 바라보는 민호.
보이는 불상.
곁에는 목탁을 두드리며 스님이 염불을 하고......
백팔 배를 하는지 땀으로 범벅인 채 힘겹게 절을 하는 민호.
고뇌가 가득한 민호의 얼굴.
#2 - 선방
찻잔의 차가 보이고.......
차를 한 모금 마시는 민호.
고요한 선방 안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있는 민호와 스님.
스님: 쇠사슬 하나가 시주님에게 칭칭 감겨 있습니다.
민호: 보이십니까?
스님: 엄청나게 굵고 튼튼한 쇠사슬이로군요. 무엇이 그리 괴로우십니까?
고요 속 두 사람.
괴로운 민호의 얼굴
민호: 스님께서는 모든 지식을 두루 섭렵하셨으니,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3 - 명화(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보이는 서양회화, 그 속에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그 위로 들려오는 민호의 목소리.
민호:(N) 피그말리온이 여인을 조각하고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자 아프로디테 여신이 조각상을 진짜 살아있는 여인 갈라테이아로 만듭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이 갈라테이아의 존재가 과연 누구의 업보일까? 하는 겁니다.
#4 - 어둠 속
눈을 감고 좌선을 하고 있는 민호..
민호:(N) 조각상을 만든 피그말리온의 업보일까요? 조각상을 여인으로 만든 아프로디테의 업보일까요? 아니면 갈라테이아라는 여인 그 자체의 업보일까요? 그도 아니면 갈라테이아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어떤 것의 업보일까요?
괴로워하던 민호, 눈을 번쩍 뜨면 보이는 눈동자.
눈동자 속에 푸른 나비가 날개를 팔랑이고, 그 위로 떠오르는 제목,‘갈라테이아 페러독스’
#5 - 거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면 16일에 동그라미료 생일 표시가 되어 있다.
꽃꽂이를 하는지, 장미를 만지던 지아, 가시에 찔려 놀란다.
지아, 손가락을 바라보면 하얀색 피가 꿈틀거린다.
경악하는 지아, 의식을 잃고 스르르 쓰러진다.
#6 - 숲 속(밤)
어둠과 안개로 인해 공포스러운 이미지의 숲속.
나무 사이로 급박하게 달리는, 맨발과 하얀 잠옷 차림의 지아, 무엇엔가 쫒기는 듯 두려운 표정으로 살피며 도망친다.
#7 - 동굴 혹은 터널(밤)
어두운 터널에 지아가 들어선다.
축축해 보이는 터널 바닥을 걸어가는 지아의 맨발.
두려운 듯,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어가는 지아.
여러 가지 소리 울림과 사물의 그림자들이 공포를 자극한다.
어디선가 푸른 나비 한 마리가 지아 주변을 맴돌다 입구로 날아간다.
나비를 보다가 나비를 따라 입구로 향하는 지아의 뒷모습.
입구에서 환한 빛이 지아를 감싼다.
#8 - 환한 빛 속
하얀 빛 속에서 지아가 걸어가면 점차 어두워진다.
#9 - 실험실(밤)
어두운 실험실에 들어서는 지아.
실험실 중앙에 서 있는 유리관에 누군가가 하얀 액체 속에 선 채로 들어가 있다.
두려운 표정으로 다가가는 지아.
떨리는 손을 뻗어 관을 만지는 지아.
하얀 액체가 몸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며 드러나는 관 속 인물.
관 안에 또 다른 지아가 있다.
물러나며 경악하는 지아, 다시 한번 고개를 들이밀어 살펴보는데.......
번쩍 눈을 뜨는 또다른 지아.
#10 - 식탁(밤)
멍한 표정의 지아 얼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린 듯 깨어나는 지아.
민호: (소리)꿈일 뿐이야.
생일 케이크에 촛불이 꽂혀 있다.
보이는 민호.
민호: 꿈.......
생일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있는 민호와 지아.
지아: 무슨 꿈이 생일때마다 같아? 같아도 너무 똑같아. 이건 정말...... 휴, 사고 후 벌써 6년째야. 그 후로 그 꿈을 생일때마다 5번 꿨고..... 오늘밤 또 꾸겠지.
민호: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걸 거야. 생일마다 그 꿈을 되새기니까..... 일종의 노이로제? 뭐 그런 거겠지. 꿈속에서 나비가 된 후 깨어나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몰랐다더니, 자기가 딱 그거네.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와인잔을 들어 마시는 민호.
지아: 아프니 그렇지. 그 꿈을 꿀 때마다 통증이 지독해. 온몸 뼈마디 마디가 빠지는 것 같다구.
민호: 사고 후유증일 거야. 좀 더 시간을 가져보자.
지아: 민호씨는 안 겪어봐서 몰라. 그 공포, 그 통증. 그러니 케이크나 달랑 사들고와서 좀더 시간을 가져보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일어서서 안으로 들어가는 지아.
힘없이 케이크를 바라보는 민호.
민호: 미안해. 근데, 나도 그다지 쉬운 건 아니란 것 알아줘.
케이크 촛불을 불어 끄는 민호.
연기가 흐르고.....
#11 - 침실(밤)
지아와 민호의 행복한 커플사진.
침대에 앉아 액자를 들고 바라보는 지아, 심각하고 우울하다.
지아: 사랑하는 사이인지, 조작된 건지 알게 뭐야? 기억이 하나도 없는데...... 조각조차도......
지아의 얼굴, 그리고 눈.
#12 - 병실
지아 눈이 깜빡인다.
핸드폰을 들어 동영상을 찍는 지아.
병색이 완연한 지아 얼굴.
지아: ...... 민호씨도 행복하게 살아야 해. 열심히...
#13 - 옥상(밤)
핸드폰을 통해 보이는 지아.
지아: 내몫까지.... 알았지? 그리고 나노로봇 생체이식 연구 꼭 성공해.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나중에 봐. 사랑해!
손을 흔드는 지아의 동영상.
그런 영상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민호, 문득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내뿜으며 밤하늘을 바라본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
민호: 하아... 모든 것은 오직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 생긴다던데.... 이제는 지아야... 정말 그 말이 맞는 건가 싶네? 제길...
화난 듯 피우던 담배를 집어던지는 민호.
#14 - 침실(밤)
침대 머리맡 커플 사진 액자를 들어보는 민호의 손.
침대 곁으로 들어와 서는 민호.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지아.
그런 지아의 곁에 앉아 안쓰러운 표정으로 머릿결을 어루만지는 민호.
민호: 해피버스데이 투유. 자기야, 생일 축하해.
주머니에서 곽을 꺼내 여는 민호.
푸른색으로 빛나는 나비 모양의 칩이다.
민호, 지아 귀에 입을 가져가 속삭인다.
민호: 리셋 모드 변환.
지아 눈이 번쩍 떠지면서 스르르 일어난다.
지아: 코드를 입력하시오.
민호: 널 천만 년 사랑해.
파랗게 빛이 나는 지아 눈동자.
지아 머리 위쪽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열린다.
열린 머리 한가운데 나비모양 칩이 붉은색으로 빛이 난다.
민호, 머릿속 칩을 꺼내고, 곽 속의 칩으로 갈아끼운다.
제자리를 잡은 칩이 빛나기 시작한다.
#15 - 실험실(밤)
어둠속에서 모니터가 푸른 빛이 난다.
푸른 빛 위로 하얗게 적히는 글씨.
글씨: 나노봇 생체 투여 후 6년, 메모리가 아직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1년에 1번 교환을 해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체 기본 메모리의 잔상과 충돌하여 환상과 통증이 생긴 것으로 추측되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