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5

우창수의 VR사랑

머니바이러스

 

글_우창수, 그림_연두

 

 

 

머니바이러스 

 


기획의도

정치 풍자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
뉴스에서 시시때때로 터지는 정치인과 상류층의 온갖 비리. 
그러나 그런 비리에 대하여 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형벌도 미약하다. 정말 화나지 않는가?
그들은 정말 다른 세상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다른 세상의 병균은 어떨까? 그들만이 앓는 특별한 병, 고소하고 통쾌하지 않는가?

 


등장인물

삼신할멈, 마마대왕, 주작천왕
하장관: 58세, 정통부장관 
양여사: 50세, 복부인 
하정수: 23세, 오렌지
박정아: 10세, 소아백혈병환자
그 외 다수 

 


줄거리

상류층의 사치와 소비와 향락에 화가 난 삼신할멈은 오래전부터 혼을 내줘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병균을 주관하는 마마대왕이 자신의 아기를 조작해줄 것을 부탁하자, 새로운 병균을 만들어줄 것을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   

정수는 호텔나이트클럽에 탤런트 희정과 함께 가서 희정에게 외제 스포츠카를 사주는 등, 온갖 사치를 다하고 급기야는 화장실에서 백만원짜리 수표로 휴지 대신 뒤처리를 한다. 마마대왕은 그 수표에 마법을 걸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나이트클럽 안에 퍼트린다.

정수 아버지 하 장관은 복부인 아내 양 여사에게 땅에 대한 정보를 주며, 자신에 관한 여론이 좋지 않다고 푸념한다. 정수 목에서 푸른 반점을 발견한 양 여사, 자신의 몸에도 있음을 알고 놀란다.

하 장관과 골프를 치던 박 의원은 3억 원에 우즈가 쓰던 골프채를 빼왔다 자랑하며, 나 회장에게 돈을 받고는 하 장관에게 업체 선정에 관해 압력을 넣는다. 하 장관이 기술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나 회장은 하 장관에게 돈을 보여주는데, 거기에서 바이러스가 나와 세 사람을 감염시키고, 박 의원은 푸른 액을 토하고 쓰러진다.

법원에서 아이 분유 때문에 죄지은 사람이 재판을 받는데 판사, 검사, 변호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 것이 보인다.

국무회의장, 감염된 장관들을 바라보며 검소한 대통령은 부정부패에 관해 일장훈시를 하지만, 감염돼 쓰러진 형 때문에 쇼크를 받는다.

국회의사당, 정기국회인데 국회의원들 모두 감염되어 한 명도 출석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출석한 노의원은 무지렁뱅이 농사꾼. 그와 아나운서는 국회의원을 우스개로 만들며 통쾌해한다.

병원에 입원한 하 장관 일가족, 젊은 인턴의사만 들어오자 하 장관은 화를 내며 원장을 찾는데, 원장은 감염증세가 심해 원장실에서 비밀리에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전국을 강타한 정체 모를 괴질, 그러나 사치와 향락 속에 빠진 일부 상류층만을 공격하는데... TV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민들은 무척 통쾌해하고, 그 배후 삼신할멈 또한 무척 통쾌해한다.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을 보고, 하 장관은 조금씩 잘못 살아왔다고 깨달아가나, 양 여사는 점장이를 찾아가 천 만원을 주며 점괘를 받고, 여기저기에 위선적인 자선행동을 하고는 병이 더욱 악화된다. 그 와중에 하 장관은 소아백혈병 환자인 정아를 만나는데......

 

 


1. 하늘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움직이고 번개도 가끔 보이는 하늘, 그 위로 자막이 흐른다. 

 

자막: 나를 죽이는 것은 무엇인가? 머리는 작고 발은 없는데 사람들은 이것이 귀신인 줄은 모른다. 이름 없는 이 괴질은 하늘에서 내려준 재난인 것을, 고통에 가득 찬 사람들은 길조차 찾기 힘들다.  -정감록 중-

 


2. 몽타쥬

부유층 사람들의 여러 가지 모습과 노숙자, 소외계층의 여러 가지 모습이 교차되어 나온다.
국회 여야의 이종격투기.
검찰에 소환되는 뇌물 수수 정치인들이 보이다가 화면이 팟 꺼진다.

 


3. 구름 위

꺼지는 TV화면.
삼신 할멈, 짜증나는 듯, 리모콘을 가볍게 던진다.

 

삼신: 쯧쯧쯧! 나라가 이 모양이 된 게 전부 누구때문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쯔쯔쯧!

 

바람이 불더니, 마마대왕 구름 타고 와서 내린다.

 

마마: 여봐, 삼신 할멈,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겨?
삼신: 아,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윗대가리 인간놈들 말야! 아무리 내 손으로 내보냈다지만, 통 맘에 안 들어서...
마마: 그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나 원, 새삼스럽게스리...
삼신: 참...이상해. 내가 세상에 사람을 내보낼 적에는 하나같이 참 착하고 순수한데 말야. 좀 있다싶게 내보내면, 하나같이 저모양 저꼴이 된단 말야. 그렇다고, 그런 애를 안 보낼 수도 없구 말야...
마마: 후후, 그런 애들은 삼신 할멈 필요 없을 걸. 그 뭐냐? 인공수정인가, 뭔가 하면 되니까 말야.
삼신: 에그, 인공수정이라도 하라 그래. 요즘엔 들리는 게 순 낙태에, 영아유기에, 저출산까지...지 멋대로니 원... 이제 삼신 할멈 노릇도 못해먹겠어. 
마마: 하긴 저번에 보니 월하노인도 하소연을 하더만, 인연 알기를 개뿔보다 못하게 안다고...     
삼신: 그렇지? 월하노인도 요즘 고생 깨나 할 거야... 휴, 그건 그렇고, 마마대왕이 여긴 왠일이야? 설마 또...?
마마: 헤헤, 이봐, 삼신 할멈, 내가 그 일 아니면, 무슨 일이 있겠나? 제발 부탁인데, 우리 바리데기 닮은 딸 하나만 점지해줘. 응?
삼신: 또? 에그, 이 화상아... 배불러서 고생할 마누라 생각은 안 하냐? 이건 어캐된 게 저밖에 몰라.
마마: 아냐, 이번엔 바리가 원한 거란 말야. 자기 닮은 딸 하나 갖고 싶다고... 사실 애들이 전부 나 닮아서, 얼굴이 영 아니잖나? 응? 응? 내, 사례는 두둑히 할 테니...
삼신: 정말, 두둑히 해 줄 테야?
마마: 그럼, 그럼, 뭘 원하나?
삼신: 그럼 말야...

 

주위를 둘러보며 마마의 귀에 속닥거리는 삼신.

 

마마: (난색) 그건 좀 힘든데... 불법이란 말야.
삼신: 그럼, 애가 누구 닮게 해달라고 주문받는 건 뭐, 불법 아닌 줄 알아?
마마: 암만 그래도 그건 힘들어.
삼신: 싫음 관둬. 나도 싫으니깐...
마마: 알았어, 알았다구 할멈, 성질 급한 거 하고는... 

 


4. 고급 호텔 나이트 입구(밤)

정수,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와 세우면, 도어맨 정중하게 문을 열어준다.
옆좌석에서 희정이 내린다.

 

도어맨: 어서오십시오 손님, 오랜만입니다.
정수: 응, 오랜만! 자, 받아라 팁!

 

품 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땅에 던지고나서 유유히 희정의 어깨를 안고 들어가는 정수. 
도어맨,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정수를 바라보고는 수표를 줍는다.

 

도어맨: (주우며) 참내, 더러운 게 돈이라더니...

 

주운 수표를 들고 바라보다가 또 다른 손님이 오자 재빨리 주머니에 넣고는 금세 굽신거리며 달려가는 도어맨.
도어맨이 지나가자, 삼신과 마마가 나타난다.

 

마마: 그래, 여기서부터 시작하자구?
삼신: 응, 여기가 제일 적당하지. 
마마: 알았어, 들어가자구.

 

들어가는 사람들 몸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 삼신과 마마.

 


5. 클럽 안

시끄러운 음악과 찬란한 조명 아래로 많은 젋은이들이 춤을 춘다.
정수와 희정, 들어온다.

 

정수: (둘러보며) 야! 좋다. 오랜만에 왔더니, 물이 더 좋아졌군. 야, 내자리 비워놨겠지?
웨이터: 물론입죠. VIP룸으로 비워났습죠. 자, 이리로...

 

룸으로 안내되는 정수와 희정.

 


6. 룸 

주문을 받는 웨이터. 

 

웨이터: 오늘도 늘 하던 대로죠? 
정수: 그럼, 그럼, 스페셜 황제 코스를 빠른 시간 내로 올리도록...
웨이터: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나간다) 
희정: (메뉴판을 보며) 스페셜 황제 코스? 메뉴판에도 없는데....?
정수: 나같은 귀족이 서민들 먹는 메뉴를 먹을 수 있나? 우선 칠갑상어알에 프랑스 꼬냑을 곁들여서 말야...

 

희정, 메뉴판을 곁눈질하자, 최하 100만 원의 요리와 술이 보인다. 
약간 놀라면서 눈을 굴리던 희정이 도도하게 메뉴판을 내려놓는다.

 

희정: 근데,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이런 거 먹어도 되는 거야...?
정수: 모르는 소리, 나같은 사람이 돈을 팍팍 풀어야, 경제가 살아. 그리고 나라가 어려운 거지, 내가 어려운 거니? 저기, 저기, 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들, 죄다 애국자들이야. 그럼! 그럼!
희정: 후후후.. 건 정수씨 말이 맞아.
정수: (일어서며)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낮에 싸구려 양식을 먹었더니, 배가 부글부글 끓는다.
희정: 건투를 빌게, 화이팅!

 

나가는 정수.

 


7.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일보는 정수, 물을 내리고는 뒤처리를 하려고 하는데 휴지걸이에 휴지가 없다.

 

정수: 아이, 비데를 안 달려면 휴지라도 제대로 갖다 놓던가? 짜증 지대로다. 이거 아지트를 다른 데로 옮기던가 해야지 원... 하... 이를 어쩐다?(고민하다가 손가락을 튀기며) 그래! 

 

지갑을 꺼내, 수표를 몇 장 꺼내는 정수. 

 

정수: (수표를 구기며) 돈 뒀다 뭐하냐? 이럴 때 쓰지...

 

수표를 마구 구기는 정수.

 


8. 동장소(시간 경과)

바지를 올리는 정수.


 
정수: 아.. 시원하다...

 

밖으로 나가는 정수.
잠시 후, 삼신과 마마가 벽을 통과하여 나온다.

 

삼신: 아휴, 냄새! 여봐! 봤지? 저렇게 싸가지가 없다구! 
마마: (휴지통을 보고는) 그러게, 요놈들, 허! 못봐주겠네.
삼신: 빨리 균이나 만들고 나가자구. 냄새나 죽겠어.
마마: 알았어, 기다려봐.

 

마마, 소매에서 파란 수건을 꺼내, 휴지통에 대고 흔들자 수건에서 빛가루가 뿌려진다.
그러자 휴지통 속 구겨진 수표에서 푸른 구더기 같은 것이 꿈틀거리면서 푸르게 변하기 시작한다.

 


9. 룸 

술을 마시는 정수.
테이블엔 흔치 않은 고급 요리와 금이 도금된 양주병이 보인다.

 

정수: 캬, 좋다!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보이며) 참, 이거...
희정: 뭐야? 이게?
정수: 응. 너 전부터 페라리 갖고 싶어 했잖아. 보름 전에 주문했는데, 이제 나왔다.
희정: 어머, 정수씨... 고마워.
정수: 뭐, 별건 아냐, 앞으로도 필요한 거 있음 말하라고...내 다해줄게. 그리고 넌 일에만 전념하면 되는 거야. 넌 더 큰 스타가 될 수 있어, 알았지?
희정: 응, 고마워...
정수: 고맙긴. 자, 건배하자, 대스타 김희정을 위하여!
희정: 우리 사랑을 위하여!

 

잔을 부딪히고 마시는 두 사람.

 


10. 스테이지

벽을 통과하여 나타난 삼신과 마마.
마마, 조명과 여자를 보고 잠시 정신을 못 차리다가 삼신이 옆구리를 쿡 찌르자 멋쩍게 웃는다.

 

마마: 좋긴 좋구먼 헤헤! 이러니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리지...
삼신: 마마대왕도 좀 아파봐야 정신 좀 차리겠구먼 그래.
마마: 알았어, 알았다구!. 자, 그럼 시작해 볼까나?

 

마마, 빨간색 수건을 꺼내 휘두르자  수건에서 푸른 가루가 날리면서 클럽 안에 퍼진다.
가루가 룸에서 나오는 정수와 희정에까지 퍼지자 정수 목에 작고 푸른 반점이 생기는 게 보인다.
손으로 긁으며 희정과 얘기하는 정수.

 


11. 부엌

많은 음식들이 놓여있는 식탁 위 모습.
식사하고 있는 하 장관과 양 여사.

 

하장관: 내, 어제 국토부장관한테 들었는데 말야. 양평에 대규모 신도시를 짓는다는구먼.
양여사: 양평땅 사놔야겠네요. 
하장관: 당신이 어련히 알아서 하랴만, 조심해! 안그래도 돈 많다고 여론이 안좋아.
양여사: 걱정마셔요, 내가 땅장사 어디 한두 해 해요? 쥐도 새도 모르게 할게요.
하장관: 그래, 그래. 당신만 믿어. 망할 여론때문에 내돈 가지고 맘대로 투자도 못하겠어 참내.

 

정수, 하품하며 등장한다.

 

정수: 까짓 여론, 신경 쓰지 마세요. 실패자들의 푸념이 여론이니까요.
양여사: 그래, 네 말이 맞다. 억울하면 지들도 돈벌라지. 얘, 이렇게 얼굴 좀 보자.

 

양 여사, 손을 들어 정수의 얼굴을 잡고는 목을 뒤로 젖히게 하자 정수 목덜미에 푸른 반점이 몇 개 드러난다.

 

정수: 왜요?
양여사: 뭐가 났다, 안 가렵니?
정수: (손으로 만지며) 아.. 이거요? 나도 오늘 아침에 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양여사: 그래도 보기 안 좋다. 또 모르니까.. 이따 병원에 가보렴.
정수: 알았어요.(식사를 시작한다)
하장관: 정수 너, 요즘 공부 좀 하니?
정수: 네, 걱정마세요. 요즘엔 영화공부 하고 있어요.
하장관: 그래, 그래. 뭘 해도 열심히 하기만 해라. 괜히 이상한 날라리 같은 놈들하고 어울리지 말고...
양여사: 이이는? 우리 정수가 얼마나 얌전한데, 그런 애들하고 어울리겠어요? 안 그러니? 정수야?
정수: 맞아요. 전 그런 애들, 수준 안 맞아서 못 놀아요.
양여사: 건 그렇고 여보, 이번 DB업체 선정은 어떻게 정해졌어요?
하장관: 아니, 아직 심사중이야. 왜?
양여사: 아니, 뭐. 배여사가 잘 좀 봐달라 그러길래....
하장관: 배여사? 나회장 부인?
양여사: 요즘, 나성이 힘든가 봐요. 왠만하면, 잘 좀 봐주지 그래요.

 


12. 하 장관집 대문 앞

하 장관, 정수, 양 여사, 모두 최고급 외제차를 한 대씩 각각 따로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멀어져 가는 차들.

 


13. 골프장  

골프채에 맞아서 굴러가는 골프공.
박 의원이 퍼팅샷을 하고 있다.
골프공이 홀을 빗나가 구른다.
캐디가 얼른 공을 잡아 홀에 넣어준다.
박수치는 하 장관. 

 

하장관: 여어 박 의원, 실력이 많이 늘었구먼. 벌써 버디가 몇개째야? 이러다가 진짜 프로되는 거 아냐?
박의원: 허허! 골프채를 바꿨더니, 잘 날아간 것뿐일세. 그것 갖고 놀리긴가?
하장관: 골프채? 그리고 보니 좋아보이는데? 어디서 났나?
박의원: 이거? 헤헤. 이건 아무나 못 구하는 거야. 자네, 우즈 알지?
하장관: 우즈? 타이거 우즈말야?
박의원: 이게 바로 우즈가 쓰던 골프채 아닌가?
하장관: 이야, 그래서 오늘은 뭔가 다르군 그래, 어떻게 구했나?
박위원: 우즈의 집 청소부를 매수했지. 쓰다 버리는 거 보내달라고... 근데, 그놈이 하도 비싸게 구는 바람에 3억을 줬지 뭔가?
하장관: 이야, 이게 3억짜리 골프채구먼. 역시 달라도 뭔가 다른데...

 

박 의원, 다시 스윙 자세를 취하는데 비서가 다가와 전화를 건네준다.

 

박의원: 여보세요. 아, 나회장, 왠일인가? 뭐? 봉고차 한 대 또 보냈다고? 하하, 고마워. 내 잘 먹을게... 저번처럼 특별한 봉고차지? 응, 그래 그래.. 내, 말 잘해줄게... 아, 글쎄... 걱정말라니까... 응, 고마워. 그래, 이따 거기서 보지. 응...

 

전화를 건네주고, 다시 스윙 자세를 취하는 박 의원.

 

하장관: 나회장? 
박의원: 응, 이따 저녁때 술 한잔 하자는군.(힘차게 스윙한다)

 

날아서 떨어지는 골프공.
골프공이 점점 푸르게 변한다.

 

 
14. 의상실 안 

밍크코트와 고급 정장이 주르르 보인다. 
양 여사, 고급 밍크코트를 걸치고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뒤에서 남자 디자이너가 양 여사가 옷 입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디자이너: 어머, 언니! 너무 잘 어울린다! 역시 옷걸이 좋은 사람은 뭘 입어도 잘 어울린단 말야..
양여사: 그래? 정말 잘 어울려?
디자이너: 언니도 참, 언제 내 눈이 잘못 말하는 것 봤어?
양여사: 그렇지? 그래, 이걸로 할게... 얼마야?
디자이너: 이거.. 프랑스에서 직수한 거라... 꽤 비싸... 큰거 석 장이거든.
양여사: 석 장? 가뿐하네... 뭐. 

 

양 여사, 다시 거울을 보고는 소파로 가면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양여사: (앉으며) 어, 배여사? 나? 정통부! 어.. 나야 항상 그렇지 뭐... 응. 다름이 아니라, 여기 쁘와송인데... 코트 한 벌 샀어... 응... 그래... 아니, 뭐, 내가 낼 수도 있는데... 배여사 성의를 생각해서... 응, 그래. 응... 그래, 내, 배여사 앞으로 달아둘게. 응, 고마워...

 

전화를 끊고 일어서는 양 여사.

 

디자이너: 어머 언니, 벌써 가게?
양여사: 응. 나 갈게... 아참, 그리고...이거, 나성 배여사가 대신 처리해 줄거야. 알지?

 

웃는 양 여사 코트에 푸른 개미 떼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15. 룸싸롱 

하 장관과 박 의원, 그리고 나 회장이 아가씨를 옆에 끼고 술을 마시고 있다.
아가씨를 떡주무르듯 하며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웃고 있다.

 

하장관: 그러니까... 뭐야... 이번 DB선정에 나성을 끼워달라?
나회장: 그렇지. 일단 끼워만 주면 나머지는 내 알아서 할 테니...
하장관: 내가 알기론 나성은 DB관련 기술이 없다고 들었는데...
박의원: 일단 끼워만 주면, 수완좋은 나회장이 다 알아서 할 텐데 뭘 그러나? 여기 나회장이 누군가? 로비의 귀재 아닌가?
하장관: 로비로 기술이 만들어지는가?
나회장: (웃으며)어허, 하장관, 이거 너무 뻗대는 거 아냐? 그렇게 뻣뻣하다간 목 부러져...
박의원: 그래... 좋은 게 좋은 거라구... 한 번 밀어줍시다.
하장관: 암만 그래도...
박의원: 어허, 이 사람이... 여봐, 나회장, 뭐하나? 실탄을 좀 먹여야겠어.

 

나 회장이 눈짓하면, 아가씨들, 다 나간다.

 

나회장: 하장관, 이거면 되겠어?

 

나 회장, 007가방을 꺼내 열면, 돈과 함께 푸른 기운이 퍼진다.
박 의원, 갑자기 푸른 액을 토하며 쓰러진다.
당황하는 나 회장과 하 장관 얼굴에 푸른 반점이 생긴다.

 


16. 법원 전경 

보이는 법원 건물. 

 


17. 복도 

죄수 하나가 간수들에게 이끌려,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간다.

 

간수: 여봐, 자네는 어쩌다 잡혔어? 그럴 사람 아닌 것 같은데...
죄수: (울면서) 아이 분유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었어요. 어른이야 굶는 건 상관없지만, 아이가 배고파 우는 건 못견디겠더라구요.

 

한숨 쉬고 죄수의 어깨를 두들기는 간수.

 


18. 법정 

들어서는 죄수와 간수.
죄수가 고개를 들자, 놀란 표정을 짓는다.
변호사, 검사, 판사, 모두 얼굴에 푸른 점들이 나 있다.

 

판사: (망치를 치며) 그럼,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19. 주차장 

가볍게 걸어가는 희정.

 

희정: 멍청한 자식, 내가 좀 놀아줬더니, 쯧쯧쯧... 어쨌든 나야, 뭐... 사주면 좋긴 좋지.

 

희정, 콧노래를 부르며 페라리 스포츠카에 오른다. 
올라타서 시동을 거는 희정. 
라디오가 켜진다.

 

아나운서: 요즘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이 발생하여 보건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희정: (백미러를 흘끗 보며) 설마...?

 

백미러를 통해 희정의 눈가에 푸른 반점이 보인다.

고개를 흔들고는 차를 출발시키는 희정.

 


20. 정부청사

웅장하게 보이는 정부청사.

 


21. 국무회의장 복도

장관들이 걸어들어오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관들의 얼굴에 푸른 반점들이 보인다.

 

하장관: 여봐 정장관, 이거 왜 그렇데?
정장관: (긁적이며) 아직 조사결과가 안 나왔어. 자네는 안 가렵나 본데?
하장관: 응, 그렇긴한데, 신경이 쓰여 죽겠어. 가뜩이나 여론도 안 좋은데...
소장관: 우리야 그렇다 치고, 정장관, 자네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아닌가? 진짜 왜 그런지 하나도 몰라?
정장관: 복지부장관이라고 뭐 뾰족한 수 있나? 우리야, 어차피 밑에 애들이 보고한 대로 보고하는 거잖아.
비서: (문 열고 나오며) 대통령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는 장관들.

 


22. 국무회의실

대통령이 앉아있고, 장관들 자리에 앉는다.
푸른 반점이 나 있는 대통령의 얼굴.

 

대통령: 다들 병치레 하시느라, 고생하십니다.
소: 간단한 피부병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대통령: 간단한 피부병요? 과연 그럴까요? 보건복지부 장관!
정: 네, 각하.
대통령: 어떻게... 그 병이 뭔지 밝혀졌습니까?
정: 아직, 조사 중입니다. 각하.
대통령: 조사중? 조사중이라구요? 
정: 그렇습니다. 각하.
대통령: (책상을 쾅 내리치며) 장관들, 정신차리세요! 항간에선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신불이래요! 신불! 부정직하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탐욕스럽게 재물 모은 사람들에게 신귀가 몹쓸 병을 
내리는 거래요! 아시겠소? 
정: 각하, 하지만 루머는 단지 루머일 뿐입니다.
대통령: 루머? 그거 무시할 게 못되요.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 나겠어요? 그리고 옛말에 민심은 천심이라 그랬어요, 제발 국민 무서운 줄 아시라구요. 으이그, 하나같이 푸르죽죽해가지고...       이 모양이니 선거에서 싹쓸이를 당하지...

 

면목없는 장관들.
비서, 급하게 뛰어 들어온다.

 

비서: 각하! 큰일났습니다. 영애님께서 푸른액을 토하고 쓰러졌다 합니다.
대통령: (일어선다) 뭐라고? 미향이가...?(쓰러진다)
장관들: (뛰어들며) 각하! 각하!

 


23. 국회의사당 전경

 


24. TV화면  

텅 빈 국회 본희의장을 배경으로 아나운서가 중계하고 있다.

송혜영: 여기는 국회 본회의장입니다. 오늘 정기국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의원들이 자리에 없습니다. 전부 다 건강에 이상이 있다 하는데요. 과연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기 오늘 유일하게 참석한 노현철 의원님과 인터뷰 한 번 나눠보죠. 안녕하십니까? 노의원님!

점퍼 차림의 노, 어리벙벙한 모습으로 아나운서 옆에 등장한다.

 

노: 네, 안녕하십니까유?
송혜영: 동료의원들 전부 건강이 안 좋으시다 하는데요.
노: 그래유? 지는 시방 고향서 똥거름 주다가 정기국회다 그래서 이렇게 첫차 타고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이렇게 텅 텅 비어있네유, 근데, 그 양반들 전부 어디가 아프데유?
송혜영: 네, 전부 건강이 안 좋으시다 하네요. 모르고 계셨습니까?
노: 이상허네유, 그 양반들이 나같이 똥거름을 지나, 아니면 뙤약볕에서 모를 내나? 맨날 하는 짓이라곤, 퍼런 풀밭에서 달걀같은 쬐끄만 공치기하고, 밤에는 룸싸롱서 여자끼고 폭탄주 마시는 것 뿐인디... 하긴, 매일같이 여자끼고 술마시면 몸도 축나긴 나지유, 안그려유? 아나운서 선상?
송혜영: 그렇군요......
노: 그렇지유? 하긴 나도 국회의원이라서 잘 아는데 말여유. 날치기하고, 날치기 사수하고 그런 게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유. 왠만한 장정들은 벌렁벌렁 나가떨어질거라구유. 더군다나, 국민들 속여먹고, 등쳐먹느라고 잔머리 굴리노라면 스트레스 팍팍 받지유. 그래서 정신노동이 육체노동   보다 더 어렵다고 하잖아유.
송혜영: 네...노의원님,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많던 의원 나리들은 어디로 갔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이상, 국회 본희의장에서 아나운서 송혜영이었습니다.

 


25. 국회 본회의장

PD, 컷을 외치며 다가오고 스태프들도 장비를 거둬들인다.

 

PD: 여봐,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송혜영: 괜찮아요, 그 양반들 죄다 병원에서 낑낑거리고 있을 텐데요, 뭐. 

 

통쾌한 듯 킬킬거리는 혜영과 스태프들.

 


26. 종합병원 전경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27. 병실

한 병실에 하 장관, 양 여사, 정수, 이렇게 셋이 나란히 누워있다.
하나같이 얼굴에 푸른 반점이 있는데, 양 여사가 제일 덜하다.

 

양여사: (앓으며) 여보, 어떻게, 견딜만 해요?
하장관: (앓으며) 응, 좀 추워서 그렇지 견딜만 해. 거기는 어때?
양여사: (긁적거리며) 저는 무지 가려워요. 정수 넌 어때?
정수: 말 시키지 마요. 지금 무지 쑤셔요.
양여사: 에고, 무슨놈의 팔자가 이런지 몰라? 한 가족이 다 병원 신세라니...
하장관: 시끄러, 우리만 그러는 줄 알아? 소장관, 박의원, 나회장, 홍사장, 모두 다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다구! 알기나 해?

 

젋은 의사가 등장한다.

 

의사: 어떻게 좀... 나아지셨어요?
양여사: 진통제라도 좀 놔주고 그런 소리를 해.
의사: 진통제는 안됩니다. 병세가 더 악화되요.
하장관: 여봐, 내가 자네같은 풋내기 인턴한테 치료받으려고 비싼 종합병원에 온 줄 알아? 박원장, 박원장 어딨어? 빨리 불러와!
의사: 아... 원장선생님요? 안 보시는게 좋을 텐데...
하장관: 왜? 박원장이 병 옮을까봐 나 만나기 싫대? 이 친구, 많이 컸구만 그래.
의사: 그건 아니고...
하장관: 그런 거 아니면? 오호라! 내가 꼭 찾아야 된다... 이거지?

 

뛰어나가는 하 장관.

 


28. 복도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걷는 하 장관과 뒤따르는 의사.

 

하장관: 이 병원 설립할 적에 내가 얼마나 애썼는데.. 이제와서 지가 나를 이런식으로 대해?
의사: 장관님, 그게 아니고...(잡는다)
하장관: (뿌리치며) 시끄러! 

 

보이는 원장실.

 

하장관: 오호, 여기군. 박원장! 박원장! 

 

문을 확 열고 들어서는 하 장관.

 


29. 원장실

문을 확 열고 들어가자마자 입을 쩍 벌리고 놀라는 하 장관.
옆의 의사가 안절부절 하다가 들어간다.

 

의사: 원장선생님! 하 장관님이 뵙자는데요?

 

박원장, 비닐에 쌓여 차단된 침대에서 젊은 의료진들의 치료를 받고 있다.

 

박원장: 그래? 잘 있었나? 하장관!

 

일어나 앉는 박 원장의 얼굴은 알아보기도 힘들게 푸르게 얽어 있다.

 


30. 거리

분주하게 방송을 준비하는 스태프들 사이로 PD가 담배를 피우며 지시한다.

 

PD: (시계를 보며) 여봐, 조감독! 김희정이, 아직 안 왔어?
조: 네 아직요. 근데, 김희정씨 와도 못할 걸요.
PD: 왜? 걔도 그거 걸렸데?
조: 그렇죠. 뭐.
PD: 하긴 걔, 나이도 어린 게 타는 게 페라리에 벤츠고, 입는 게 프라다니... 안 걸릴 수가 없지...쯔쯔. 그런 애가‘양심TV’메인 MC라니... 세상도 참 아이러니하다니까...
조: 오늘은 그냥 송헤영 아나운서로 하죠 뭐. 어쩔 수 없잖아요?
PD: 그려, 뭐 어쩌겠어... 그렇게 해야지...(박수) 자, 자, 다들 준비됐지? 송헤영씨 준비됐어? 

 

송헤영, 고개를 끄덕인다.

 

PD: 자, 스탠바이, 큐!

 


31. 희정의 방 

TV에 나온 송혜영의 얼굴에 베개가 날아와 떨어진다.
얼굴에 푸른 반점이 잔뜩 난 희정, 씩씩거린다.

 

희정: 저긴 내가 나와야 한단 말야! 잉~~

 

무릎에 얼굴을 묻는 희정. 
보이는 TV화면.

 


32. TV화면 속(몽타쥬)

송혜영, 행인들 사이에 서서 멘트를 한다.

 

송혜영: 네, 전 지금 명동거리에 나와 있는데요. 최근 일부 상류층을 강타한 괴질에 대해 시민들과 인터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괴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컷)
시민1: 통쾌하죠! 요즘같은 시대에 그런 일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가려운 곳 긁는 것 같이 시원해요! (컷)
시민2: 좀더 쎈 게 돌아야 되요. 좀더 아파야 정신차리죠 그 사람들. 그 정도 가지고 어림없을 걸요? (컷)
시민3: 난 아파도 좋으니, 그런 병 한 번 걸려봤으면 좋겠어. 그 사람들 재주도 많다니까.... (컷)
시민4: 아무 생각 없어요. 그 사람들이야 우리하고 다른 인간이잖아요. 우리같은 사람이야 먹고사는 게 문제지 어디 그런 걱정하나요? (컷)

 


33. 병원 대기실 

보이는 TV화면에서 카메라 뒤로 빠지면 많은 환자들이 보고 있다.

 

환자1: 그런 병 걸려도 싸지...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서, 무사할 줄 알았나?
환자2: 그러게... 고거 참 꼬시다.

 

환자들, 하 장관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말한다. 
하 장관,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일어서서 나가고 환자1, 2 그런 하 장관을 보고 낄낄거린다.

 


34. 구름 위

삼신, 아래를 내려보며 웃고 있다.
마마, 뚱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삼신: (통쾌하게 웃으며) 에구, 꼬시다 꼬셔. 이렇게 꼬실 수가 없네 그려.
마마: 그렇게 좋아? 할멈 그렇게 좋아하는 거 되게 오랜만인데...
삼신: 그러게 말야.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거, 달려가서 좀 패줄 수도 없고. 그냥 보면서 속만 끓였는데 마마대왕 덕에 좀 곯려주니까 이제야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것 같구먼그려.     고마워, 마마대왕.
마마: 고맙긴... 건 그렇고, 이제 슬슬 약 줄 때 아닌가? 병 주고 약 주는 건 하늘의 법이라고...가뜩이나 불법으로 만든 병균이라, 빨리 끝내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삼신: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만 더 곯려주자구. 쟤들은 독종이라 왠만하면, 안 변하거든...

 

웃는 삼신.

 


35. 병원 복도

하 장관,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걷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하 장관을 통쾌하다는 듯 뒤에서 비웃으며 지나간다.

 

하장관: (걸으며 속으로) 젊었을 땐 나도 국민을 위해 살고자 하는 이상이 있었어. 이 나라 민주주위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적도 있었고... 하지만 지금, 지금 난 뭔가? 뭐란 말인가?

 

이 때,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하 장관.
정아와 정아모가 실랑이 중이다.

 

정아: 싫어! 싫단 말야! 또 골수검사... 너무 아퍼! 아프단 말야!

 

울부짖는 정아.
그런 정아를 바라보는 하 장관. 

 


36. 역술원

방울을 흔드는 손.
부채로 얼굴을 가린 도사, 방울을 흔들고 있다.
앞의 양 여사는 빌고 있다.

 

도사: 자네도 그것때문에 왔구먼.  
양여사: 네, 제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 이렇게 도사님한테 묘방이라도 얻을까 하고 왔습니다. 잘 좀 봐주세요. 어떻게 하면 낫겠습니까?
도사: 쯔쯔쯔, 그러게 평소에 좀 덜 처먹었어야지... 꾸역꾸역 처먹더라니...
양여사: 네? 먹긴 뭘 먹어요? 요즘 다이어트 하느라고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도사: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네... 자네 하는 짓 보아하니 아직 나으려면 멀었네그려..
양여사: 아고고, 잘못했습니다. 도사님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 가르쳐만 주십시오.
도사: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자네들 병의 근원은 말야. 자네들의 그 구린내 나는 돈에 있어. 그래서 그 돈을 좀 여기저기 좋은 데 나눠주면 될 거야.
양여사: 돈... 돈을요?
도사: 그래 돈. 이번 괴질은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에 닿아서 나타난 거야. 그러니 백성들의 분노를 풀어주면 끝나지.
양여사: 아니, 지들이 힘없고 능력없어서 그런 걸, 왜 우리한테 화를 내요?
도사: (탁자를 내리치며) 어허~ 그래도!.
양여사: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까짓 돈 몇푼, 약 먹는다 생각하고 적선하죠. 뭐.(살피며) 아니, 근데, 도사님, 도사님 얼굴은 왜 푸르팅팅하데요?
도사: (헛기침) 그게 말야, 중생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기 위해...(어물어물) 아, 빨리 가서 적선이나 해! 병 더 도지기 전에... 알았어?
양여사: 네, 네, 갈게요! 안녕히 계셔요.

 

일어서서 가려는 양 여사.

 

도사: 여봐, 여봐! 
양여사: 네?
도사: 암만 급해도 줄 건 줘야지. 우린 뭐 땅파먹고 이짓하나?
양여사: 네? 네.. 근데, 얼마 정도면 되나요?
도사: 다다익선인데, 인심 써서 한 장만 줘.
양여사: 네... 그럼 이거면 되나요?

 

백만원짜리 수표를 꺼내준다. 

 

도사: 어허, 장난치나? 공 하나 더붙여!
양여사: 네?
도사: 뭘 그리 놀래? 그 정도면 자네들한텐 애들 껌값 아닌가? 그리고 빨리 나으려면 그런 거 아끼면 곤란해.
양여사: (돈을 꺼내 주며) 네, 알, 알았어요. 여기요...
도사: 고맙소이다, 그럼 잘 살펴가소.
양여사: 네, 그럼...

 

나가는 양 여사.

 

도사: 히히히, 신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아고, 아고 죽겠다. 팍팍 쑤시네그려. 나도 빨리 고아원에 가야겠다. 아고고... 죽겠다.

 


37. 전자상가 TV화면

보이는 TV화면.
한 연구원이 보호복을 입은 채 돈을 현미경에 넣고 분석하면, 바이러스가 꿈틀거리는 화면이다.

 

아나운서: 뉴스속보입니다. 요즘 상류층을 공포에 떨게 하는 괴질의 원인균이 발견되었습니다. 현대 의학의 힘으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이 바이러스는 주로 현금이나, 카드 등의 경제적 수단과 값비싼 사치품 등에 기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편 대한의학회에서는 이 병원균의 이름을 머니바이러스라고 이름붙였습니다.

 


38. 전자상가 앞

전자상가 앞에서 얼굴이 푸르게 얽은 목사가 연설을 하고 있고, 역시 푸른 반점의 귀부인 찬송대가 찬송을 하고 있다. 
모금함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

 

목사: 회개합시다. 오늘의 이 괴질은 모두 하나님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회계합시다. 그동안 우리 상류층은 자기 배를 채우는 데 너무 급급한 나머지 남이 배곯는 걸 몰랐습니다. 아니, 배고픈 자의 양식을 약탈했습니다. 너무 약탈해서 먹다 보니 배가 남산만 해져 괴질이 다가와도 꼼짝없이 당한 것입니다.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이웃을 둘러보십시오. 배고프고 아픈 이가 천지에 널려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나누어 주세요. 여러분들은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이제는 그들에게 다시 되돌려줘야 할 때인 것입니다. 자, 나눠주시고,   그들에게 사과하십시오. 그동안 눈이 멀었다고... 멀었었다고... 자, 진심으로 회개합시다. 자, 여기 모금함에다 여러분들의 성의 표시를 해주십시오. 진실로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 곁을 얼굴이 푸른 승려가 웃으며 지나간다.

 


39. 차 안 

차 안에서 양 여사, 목사 일행과 모금함을 본다.

 

양여사: (속으로) 옳거니, 저기에도 몇장 넣어주면 되겠구먼. 김기사! 차 세워요! 

 


40. 전자상가 앞

서는 고급 외제차.
양 여사가 내린다. 

 

양여사: (다가가서 돈을 꺼내며) 저...이거.
목사: 네, 감사합니다. 좋은 데 쓰겠습니다. 진실로 회개하셨습니까?
양여사: 네, 제가 그동안 너무 욕심부리고 산 것 같네요. (속으로) 휴, 안 하던 말 억지로 하려니까 되게 어색하군. 하나님, 죄송합니다. 앞으론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아멘...
목사: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도 여사님의 회개를 받아주실 겁니다.
양여사: 네, 전 이만...
목사: 네, 살펴가십시오.
양여사: (타면서) 허 참. 자기 얼굴도 시퍼런데 자기나 회개할 일이지...자, 다음엔 라면이나 몇박스 사서 여기저기 가져다 줘야지...

 

출발하는 양 여사의 차.

 


41. 마켓

양 여사가 들어와 점원에게 다가온다.

 

양여사: 라면 3박스만 줄래요?
점원: 죄송합니다만, 라면이 다 팔렸는데요?

 


42. 몽타쥬

여기저기 슈퍼에 들어가는 양 여사. 
들어갈 때마다 고개를 젓는 점원들.

 

양여사: (클로즈업) 라면 있어요? 

 


43. 대형매장

여기저기 둘러보던 양 여사, 드디어 매장 한구석의 라면 한 박스를 발견한다. 
그런데 발견한 사람이 양 여사 말고 다른 얼굴 퍼런 사람들도 많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백미터 스타트라인에서처럼 일렬로 구부려 앉았다가 점원의 신호에 따라 달려가는 양 여사와 사람들.
다행히 양 여사가 슬라이딩해서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바로 옆에서 쑤욱 나온 손이 너무 쉽게 라면을 가져간다. 
양 여사 올려보면, 앞의 그 도사가 라면을 들고 혀를 내밀고 웃고 간다.
고개를 푹 떨구는 양 여사.

 


44. 하늘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움직이고, 번개도 가끔 보이는 하늘.
그 위로 자막이 흐른다. 

 

자막: 근일에 소위 수도한다는 자가 왕왕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하기 위해 기도하면, 화가 복으로 바뀐다는 잘못된 도가 일세를 고동시키고 있다. 어리석은 남녀들은 이를 알지 못하나니, 사람을 속인 자는 하늘이 주살하는 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요, 속임수를 당하는 자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하리라. -정감록 중-

 


45. 차 안

씩씩거리며 차에 타는 양 여사.

 

양여사: (타며) 좋다 이거야! 그런다고 이 양금순이가 포기할 거 같아?
기사: 어디로 갈까요?
양여사: 라면공장!


 

46. 몽타쥬

여러 고아원, 양로원 등 복지시설에 라면을 주고 관계자들에게 인사하는 양 여사... 기념촬영 컷컷컷. 

 


47. 고아원

양 여사, 고아원 관계자와 인사 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라면박스가 있다.

 

양여사: 진작에 이렇게 찾아뵈어야 했는데 생활에 쫓기다 보니 맘대로 안되네요.
관계자: 그렇겠지요. 좀 바쁘신 분인가요?
양여사: 네. 그럼, 전 이만...
관계자: 네, 살펴가십시오.

 

양 여사, 차를 타고 간다.
관계자 한숨을 쉬고 돌아서며, 라면공장 창고처럼 라면박스가 가득 쌓여있는 곳에 양 여사의 박스를 올려놓는다.

 


48. 구름 위  

웃고 있는 삼신할멈.

 

삼신: (요란하게 웃으며) 헤헤헤... 그렇게는 안 되지. 암 안 되고 말고... 그렇게 쉽게 끝낼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안 했어 요놈들아! 뭐? 돈 몇푼, 라면 몇박스 기부한다고 그 병이 나을 줄 알아?  그 정도론 어림도 없어, 너희들은 좀더 아파봐야 해! 헤헤헤!

 


49. 병원

양 여사의 신음소리가 드높다.

 

정수: 어떻게 된 거에요? 엄마가 우리 셋 중에 병세가 가장 약했잖아요?
하장관: 그러게 말이다. 여보, 무슨 일 있었소?
양여사: 아고, 아고, 아고, 그 도사놈한테 속았어요. 속았어.
하장관: 도사놈이라니?
양여사: 병원에 있어도 별 소식이 없길래 하도 답답해서 용하다는 도사를 찾아갔더니, 여기 저기 가난한 곳에 돈을 주면 낫는다고 그러더라구요.
정수: 참내, 엄마는 그 말을 믿었어?
양여사: 그럼 어쩌니? 복채를 천만원씩이나 주고 얻은 점괘인데...
하장관: 당신 미쳤어? 그런 데 천만원이나 쓰게?
양여사: 그럼 어떻게 해요? 돈 안 주면 부정탄다길래, 깎자고 할 수도 없고...
정수: 잘했어요. 그걸 어떻게 깎아요? 천만원이면, 내 3일치 용돈인데요. 뭘.
하장관: 아니, 정수, 너까지?
정수: 그래서 어디 어디 갔다왔어요?
양여사: 그런 데 뻔하잖니?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복지관, 그런 데 말야. 가서 라면 몇박스랑 돈 몇십만원 주고 왔지... 그런데도, 병이 낫기는커녕 더하잖아?
하장관: 그래가지고 퍽이나 낫겠다... 안죽으면 다행이지!

 

하 장관, 밖으로 나간다.

 

양여사: 여보! 여보! 어디 가요?
정수: 놔둬요. 아빠 요즘 병원 안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게 유일한 낙이니까요.

 


50. 병원 대기실

환자들이 TV를 보고 있다.

 

아나운서: 다음 뉴스입니다. 요즘 시중에서는 라면의 공급물량이 딸려서 라면값이 급등하고 있다 합니다. 최근 일주일간 라면 수요가 폭등한 원인은 상류층들이 너도나도 불우 이웃 돕기에 나선  까닭이라 합니다.

환자1: 쯔쯔쯧, 마음을 곱게 써먹어야지. 마음을...
환자2: 애꿎은 라면값은 왜 올리노? 그거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환자1: 그 사람들이 어디 우리같은 서민들의 고통을 알기나 하나?
환자2: 내말이 그 말이여. 저 사람들, 아직 멀었어!

 

그 뒤를 부끄러운 듯 지나가는 하 장관.

 


51. 병원 앞뜰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하 장관.

 

하장관: (속으로) 다들 뭔가 잘못되었어.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말야. 여태껏 난 뭘 향해 뛰어왔는지 모르겠어. 아내도, 자식도 탓할 것 없지. 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휠체어를 타고 다가오는 정아.

 

정아: 할아버지도 햇볕 쬐러 나왔어요? 
하장관: 응, 응? 누군가 했더니 아주 귀여운 꼬마아가씨구나, 이름이 뭐야?
정아: 정아예요, 박정아.
하장관: 그렇구나. 정아야, 근데, 엄마는 어디 가고 혼자 나왔어?
정아: 엄마요? 엄마는 일하러 가셨어요. 맨날 나 혼자 남겨두고...
하장관: 엄마가 돈을 벌어야 우리 정아 병도 낫게 해주지. 안그래?
정아: 그건 그래요. 근데, 할아버지 얼굴이 왜 그래요? 꼭 괴물 같다.
하장관: 으응, 이거. 할아버지는 말야. 나쁜 짓 많이 해서 그래. 왜... 무섭니?
정아: 조금요,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 엄마가 그랬거든요. 사람은 외형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구요.

 

웃는 정아.

 


52. 병실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
의사, 들어온다.

 

의사: 자, 좀 어떠세요?
양여사: 제발 부탁이니, 진통제라도 놔줘요. 아파죽겠다구요!
의사: 저희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진통제를 놔드리면 통증이 더해요.
정수: 제길, 그럼 의사는 뭐하러 있는 거야!
의사: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말밖엔 할 말이 없군요.

 

나가는 의사. 
하 장관, 창밖을 보며 침묵 속에 빠져 있다.

 


53. 검사실 앞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 하 장관.
하 장관, 다 뽑고는 나가려는데, 옆 침대에 누워있는 정아를 발견하고는 그 앞으로 간다.

 

하장관: 이야, 꼬마아가씨, 여기서 보네. 할아버지 알아? 
정아: 그러믄요, 정아는 모르는 게 없다구요. 
하장관: (웃으며) 그래? 그럼 또 아는 거 말해볼래? 또 뭘 알까??
정아: 응... 내 병이 어떤 것이라는 것도 알고요. 또 내 병을 고치려면 돈이 무지 든다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엄마가 번 돈으로는 어림없다는 것도... 그리고 난 곧 죽을 거라는 것도 알아요.
하장관: 어허! 귀여운 꼬마아가씨가 못하는 소리가 없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정아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엄마 생각도 해야지. 엄마가 그런 소리 들으면 어떻겠어?

 

정아모, 검사실로 들어와 정아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정아모: 자 정아야, 오늘도 좀 참자! 알았지?
정아: 엄마, 난 언제 이거 안 해?
정아모: 으응, 병 곧 다 나을 거야... 그때 되면 안 해도 돼. 그러니 정아야. 오늘만 참자. 응?
정아: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안타깝게 정아 모녀를 바라보는 하 장관.

 


54. 복도 (밤) 

화장실에서 나오던 하 장관.
안내데스크 간호사에게 애원하는 정아모를 본다.

 

정아모: 제발, 일주일만 기회를 주세요! 그때까진 구할 수 있어요! 제발... 안 그러면 우리 정아 죽어요. 그거 잘 아시잖아요! 
간호사: 저희로선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간호사와 주저앉아 우는 정아모.
그 광경을 보다가 돌아서는 하 장관. 

 


55. 병실 

하 장관을 진찰하는 의사.

 

하장관: 저기...
의사: 네? 뭐 하실 말씀이라도...
하장관: 자네 혹시 박정아라는 아이 아는가?
의사: 아, 정아요. 네 알죠.
하장관: 그 아이는 무슨 병인줄 아나?
의사: 네, 소아백혈병으로 압니다만...
양여사: 이이는 자기 병 냅두고... 뭐하는 거에요?
하장관: 당신은 조용히 좀 해요. 그래, 희망은 전혀 없는 건가?
의사: 골수 이식을 하면 치료는 가능한데, 수술비가 엄청나서 말이에요. 그 집 가정 형편이 안 좋아 곧 퇴원시키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만...
하장관: 음.. 그럼 이렇게 하면 안되겠나? 내가 그 아이 수술비와 치료비를 내주는 걸로...
양여사: 여보! 당신 아프더니 정신까지 어떻게 된 거 아니예요?
정수: 아빠!
하장관: 조용히 해! 돈은 돈답게 써야 돼. 여태껏 우리는 돈을 돈답게 벌지도 못했고, 쓰지도 못했어.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 줄 알아? 돈을 돈답게 대하지 못하고, 돈을 온갓 병균이 부글대는 더러운 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야, 알기나 하냐구! 우린 이런 병 걸려도 싸다구, 싸!

 

소리지르는 하 장관.

 


56. 수술실 복도

정아가 침대에 누워 의료진과 함께 수술실로 들어간다.
정아모, 정아의 손을 잡고 같이 가고 있다.
의자에 앉아있던 하 장관, 침대가 오자 일어선다.
잠시 멈추는 침대.

 

정아: 할아버지!
하장관: 그래 정아야.. 수술하면 나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면 학교도 갈 수 있어.

 

웃는 정아를 태우고 침대가 간다.
가는 침대를 바라보는 하 장관.
수술실로 들어가는 침대.

 


57. 수술실(몽타쥬)

수술을 시작하는 의사.
산소마스크를 한 정아.
여러 가지 계측기기.
땀을 닦는 의사.
보이는 시계. 

 


58. 수술실 복도

보이는 시계(아까와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초조하게 나란히 앉아있는 하 장관과 정아모. 
수술실이 열리고 정아의 침대와 의사가 나온다.
벌떡 일어나 의사에게 달려가는 하 장관과 정아모.

 

의사: 대성공입니다.

 

서로 손을 잡고 기뻐하는 정아모와 하 장관.

 


59. 병원 앞뜰

꽃이 만발한 뜰앞.
얼굴을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푸르게 얽은 하 장관, 평화로운 표정으로 화사한 햇볕을 보고 있다.
평상복 차림의 정아, 다가온다.

 

정아: 할아버지! 또 볕 쫴요?
하장관: 응, 정아구나. 이제 퇴원하니?
정아: 네, 퇴원하기 전에 할아버지 보려고 찾아다녔어요.
하장관: 그래? 고맙구나. 이제는 우리 정아, 학교도 갈 수 있겠네. 학교 가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알았지?
정아: 네, 공부 열심히 해서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거에요.
하장관: 훌륭한 사람? 후후... 정아야, 할아버지는 말이야 나쁜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이렇게 얼굴도 푸르죽죽하지.
정아: 아니에요 할아버지. 울엄마가 그러는데 할아버진 대통령 아저씨랑 같이 일하는 장관이라고 그랬어요. 장관은 훌륭한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하장관: 미안하구나 정아야. 할아버진... 할아버진 말야.(흐느낀다)
정아: 할아버지, 왜 울어요? 또 몸이 아파요? 
하장관: 응... 아파, 아파서 우는 거야.

 

정아를 안고 우는 하 장관.
그런 하 장관에게서 푸른 가루같은 빛이 나와 멀어져 간다.

 


60. 병실 

누워서 앓는 사람들.

 

양여사: 아고, 아고, 이게 벌써 몇 달째야? 1년이 다 되어 가네. 얘, 정수야, 니 아버진 또 어디 간 거니?
정수: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또 밖에 바람쐬러 가셨겠죠. 뭐.

 

하 장관 등장하는데, 얼굴이 정상이다.

 

하장관: (헛기침) 나 찾았소?
정수: 저기 오시네요. (하장관을 바라보고 놀란다) 어? 엄마! 아빠, 아빠가!
양여사: 아빠가 뭐? 아니, 여보! (경악)
하장관: 허참, 사람얼굴 처음 보우? 왜 그리 놀라? 정수야, 아빠 얼굴이 또 이상해졌냐?
정수: 아뇨 아빠, 그게 아니라, 얼굴이 본래 얼굴이 되셨어요!
하장관: 뭐? 얼굴이 본래대로, 본래대로 되돌아왔다구? 어디? 거울 좀... 거울 좀!
양여사: (거울을 주며) 여기, 여깄어요!
하장관: 정말, 정말이구나. 본래 얼굴로 되돌아왔어. 되돌아왔다구! 하하하!

 

가족들을 얼싸안고 기뻐하는 하 장관.

 


61. TV스튜디오 

한쪽 화면 위로 바이러스 사진이 보인다.

 

아나운서: 머니바이러스의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졌습니다. 싸이코파동연구소의 유석환 박사팀은 오늘 머니바이러스가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 발병과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은 유박사와의 인터뷰입니다.

 


62. TV화면

유박사: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을 때마다 몸에서 일정한 파장이 흘러나오는데, 머니바이러스는 이 파동에 따라 반응한다 이겁니다. 즉, 탐욕, 위선, 죄악 등 부정적인 마음을 먹으면 몸에서는 H싸이코파라는 파장이 발생하여, 머니바이러스가 들러붙게 되고.
반대로 감사, 축복, 사양 등의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면 몸에서 T싸이코파가 발생돼 머니바이러스가 떨어지게 된다 이겁니다...

 


63. 구름 위

내려다보는 삼신.

 

삼신: 쯔쯔쯔... 이제야 깨달았구먼, 어리석은 중생들같으니... 헤헤헤, 그래도 어찌됐건 간에 오늘 하루 마마대왕 덕에 통쾌하게 지냈어.(하품하며) 피곤한데, 그럼 이만하고 자볼까?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린다.
삼신 올려보면, 장군갑옷을 입은 주작천왕이 작은 구름을 타고 온다.
그 뒤로 마마대왕이 오라에 묶여 있다.

 

주작: 삼신할멈 게 있느냐?
삼신: 아니, 주작천왕 왠일이우? 이 누추한 곳에? 그러고 보니 마마대왕도 같이 왔네그려.
주작: 죄인 삼신할멈은 순순히 오라를 받으라!      
삼신: 오라? 여봐, 내가 뭔 죄가 있다 그러는 거야?
주작: 허가도 없이 병균을 만들어 인간세계를 혼란시킨 죄!
삼신: 병균? 무슨 병균? 난 그런 거 몰라. 삼신할멈이 언제 병균 만지는 거 봤어? 병균은 저기 저 마마대왕 소관이니 마마대왕한테 물어보라구...
마마: 여봐 삼신할멈, 다 불었어, 다 불었다구.
삼신: 뭐? 불었어? 이런 입도 싸지. 내, 또 자식 점지해주나 봐라.
주작: 어허, 죄인이 말이 많구나!
삼신: 헤헤, 주작천왕, 하루 좀 그런 것 같고 뭘 그래? 내 다음에 주작천왕 꼭 빼닮은 아들놈 하나 공짜로 점지해 줄 테니 한 번만 눈감아줘, 응?
주작: 죄인은 천계의 하루가 인간계에서는 1년이라는 걸 모르는가?
삼신: 허, 이거, 되게 뻣뻣하게구네. 여봐 주작천왕, 나 잡아가면,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자네도 역시 삼신 아기 조작 리스트에 올라있다구. 알아?
주작: 이거 참 곤란한데... 내, 삼신할멈 마음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삼신: 그냥 옥황상제님한테는 마마대왕이 실수했다 그러면 되잖아? 그리고, 이거... (뒷꽁무니로 뭔가 꺼내 건넨다)
주작: 뭐요, 이거.
삼신: 그냥, 내 작은 성의표시니, 받아둬.
주작: (헛기침) 그럼, 담부턴 이런 짓 하지 마소, 알았소? 나 가우.

 

구름 타고 날아가는 주작천왕과 마마대왕.

 

삼신: 에그, 어딜 가나 뇌물은 다 통하기 마련인가 봐. 인간들 탓할 것도 없지. 여기나, 거기나 거기서 거기니... 에그그...

 


64. 클럽 안

찬란한 조명 아래로 춤추는 남녀들.
선글래스를 쓰고 한껏 멋을 낸 정수, 건들거리며 들어온다.

 

웨이터: 어서 오십시오 손님, 오래간만입니다.
정수: 어... 너도 여전하군. 잘 있었냐?
웨이터: 네. 저야... 뭐, 항상 그렇죠. 손님, 오늘도 같은 메뉴로 하실 거죠?
정수: 그래, 일년 만에 몸 좀 풀어야겠다. 역시 여기는 물이 좋단 말야. 이얏호!

 

무대 위에 뛰어들어 춤추는 정수에서 화면 정지.

 


65. TV화면(몽타쥬)

텅 빈 국회의사당.

 

아나운서: 국회의사당서 고스톱을 친 의원이 있어서 화제입니다. 

 

룸싸롱. 

 

아나운서: 국회의원이 여기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골프치는 부유층.

 

아나운서: 골프회원권 값이 또다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최근...

 


66. 하늘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움직이고, 번개도 가끔 보이는 하늘.
그 위로 자막이 흐른다. 

 

자막: 나를 살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침 저녁으로 갈고 닦은 명경지수같은 마음이니. 이것만 있으면, 귀신도 어쩌지 못하고, 역신도 범하지 못하리니, 세상 사람들아! 부디 마음 곱게 닦을지어다. -정감록 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