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황성환
먹었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
배부르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
그러다 이내 토한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먹는다
헤어진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그러다 이내 설움을 토한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솟대평론 통권 14호, 2024년 상반기호-
황성환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제학과 졸업
2022년 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최우수상(시 부문)
김포청소년국제영화제 마을공동체 부문 최우수상 <미스터그린>
용인시장애인인권영화제 대상 <계단깨기>
이 시는 “솟대평론” 14호에 실린 작품이다.
황성환 시인의 모든 작품이 훌륭하지만 이 시는 독자들에게 아주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1연과 2연이 병렬식이다.
‘먹었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는 싯귀는 치매의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 구도를 그대로 가져와서 ‘헤어진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라고 머리로는 이별을 받아들였지만 가슴은 여전히 사랑중이라고 고백한다.
배부른 것을 잊고 또 먹다가 토해내듯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또 그리워하다가 설움을 토해낸다.
토해낸 설움으로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다.
마치 치매 엄마가 토해낸 양을 보고 ‘도대체 얼마나 드신 거야’라며 소리지르는 딸의 목소리 크기처럼 서로 비례한다.
그런데 이 시는 마지막 싯귀에서 애잔한 여운을 남긴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먹듯이 설움을 쏟아냈다는 사실을 잊고 다시 그리워하니 말이다.
이별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그리움 때문에 아팠던 날들이 고스란히 떠오를 것이다.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 않는 그 고통이 얼마나 가슴을 쑤셔놓았는지...
내가 만난 시인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장애가 심한 편이었다.
잘 생긴 얼굴과 세련된 매너로 매력을 발산하는 호감형이라서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을 터라 이 시(詩) 역시 시인의 경험에서 나온 듯하다.
나는 요즘 청장년들 가운데 사랑의 가성비를 따지느라고 연애를 못한다는 글을 읽고 매우 슬펐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하여 외친다.
"젊은이여, 사랑을 하라!"
출처: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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