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캠페인(campaign)

시야, 노올자!

 

시(詩)야 노올자 캠페인1

“아름다운 치매, 그래도 사랑하라”

 

 

 

bing AI로 생성한 이미지 ©방귀희

 

 

한국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질병이 치매라고 한다. 치매는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가족이 낯설고, 그동안의 삶이 깡그리 지워진 채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이 치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성환 시인의 시 ‘치매’를 읽으면서 치매의 미학에 혀를 내둘렀다. 

무서운 단어 치매를 어찌 이토록 아름답게 치환시킬 수 있단 말인가!

 

치매

 

황성환

 

먹었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

배부르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

그러다 이내 토한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먹는다

 

헤어진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그러다 이내 설움을 토한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

 

-솟대평론 통권 14호, 2024년 상반기호-

 

황성환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제학과 졸업

2022년 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최우수상(시 부문)

김포청소년국제영화제 마을공동체 부문 최우수상 <미스터그린>

용인시장애인인권영화제 대상 <계단깨기>

 

 

이 시는 “솟대평론” 14호에 실린 작품이다.

황성환 시인의 모든 작품이 훌륭하지만 이 시는 독자들에게 아주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1연과 2연이 병렬식이다.

‘먹었다는 것을 잊고 또 먹는다’는 싯귀는 치매의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 구도를 그대로 가져와서 ‘헤어진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한다’라고 머리로는 이별을 받아들였지만 가슴은 여전히 사랑중이라고 고백한다.

배부른 것을 잊고 또 먹다가 토해내듯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또 그리워하다가 설움을 토해낸다.

토해낸 설움으로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다.

마치 치매 엄마가 토해낸 양을 보고 ‘도대체 얼마나 드신 거야’라며 소리지르는 딸의 목소리 크기처럼 서로 비례한다.

 

그런데 이 시는 마지막 싯귀에서 애잔한 여운을 남긴다.

토했다는 사실을 잊고 또 먹듯이 설움을 쏟아냈다는 사실을 잊고 다시 그리워하니 말이다.

이별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그리움 때문에 아팠던 날들이 고스란히 떠오를 것이다.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 않는 그 고통이 얼마나 가슴을 쑤셔놓았는지...

 

내가 만난 시인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장애가 심한 편이었다.

잘 생긴 얼굴과 세련된 매너로 매력을 발산하는 호감형이라서 이성에게 인기가 많았을 터라 이 시(詩) 역시 시인의 경험에서 나온 듯하다.

 

나는 요즘 청장년들 가운데 사랑의 가성비를 따지느라고 연애를 못한다는 글을 읽고 매우 슬펐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

하여 외친다.

"젊은이여, 사랑을 하라!"

 

 

출처: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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