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캠페인(campaign)

시야, 노올자!

 

시(詩)야 노올자 캠페인2

“저항의 꽃, 사월의 꽃”

기고/방귀희

 

playground AI로 생성한 이미지 ©방귀희

 

 

김종선 시인은 청장년 시기를 정말 힘들게 보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들어온 새엄마는 그야말로 학대의 화신이었다. 그 학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집에 들어가지 않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때가 열 살이었다. 그는 거리에서 살며 차라리 소년원이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산에 올라가는 일이었다.  15세에 산에서 굴러 경한 장애가 생겼고, 22세에 절벽에서 떨어져 전신마비장애를 갖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방황은 그때 멈췄다. 솔직히 그때까지 그는 한글을 잘 몰랐다. 육체적 자유를 잃고 나서야 머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시(詩)라는 것을 쓰게 된 것이다.

 

 

사월의 꽃

김종선



피지 못하고 떠나간 꽃들이

사월을 가시로 절규하며

하얀 꽃으로

소복을 입은 네가

울타리를 넘어 들어올 때



이름도 없이

젊은이들이 떠나간 사월

불같은 혼들이 뒤를 돌아보다

차마 발길 옮기지 못하고

뻐꾸기 울대에 내려앉아 우는 정오

 

광교산 오르는 길에

늦은 걸음으로 걸어가는 봄비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사월의 봄비는

내 눈가에 이슬꽃으로 핀다
 

-솟대평론 통권 12호, 2023년 상반기호-

 

 

김종선

월간 <모던포엠> 신인상

구상솟대문학상 최우수상(2015)

인천장애인문학상(2014, 2015)

前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시집 <택시, 의정부데스까>

 

 


김종선 시인은 사월의 꽃을 장애인 뿐만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 땅의 젊은이들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얀 장미꽃은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피지도 못하고 진 이 땅의 청년들을 상징한다. 그들은 가슴에 가시가 박힌 불같은 혼(魂)으로 이승의 울타리를 넘어가야 하는데 차마 발길을 옮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뻐꾸기가 울대에 앉아 울고 있다.

시인이 오르내리던 광교산에 봄비가 내리는데 사월의 봄비는 등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시인의 장애를 의미한다. 하지만 시인은 사월꽃과 사월의 봄비를 이슬꽃으로 승화시켜 편온한 마무리를 한다.

장애인운동 역시 이름 모를 많은 장애인들의 희생으로 장애인차별이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사월의 꽃을 저항의 꽃으로 활짝 피워낸 것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문학의 힘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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