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1
E美지 35호/미술
조용한 묵향으로 빛나는 이명상 화백
조용한 학생
이명상은 돌 무렵 고열로 몹시 앓고 난 후 청력을 잃었다. 그는 의사 표시를 그림으로 하였기에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참여한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동아어린이문예상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았다.
학창 시절 명상은 조용한 모범생으로 잘 지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강의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도 친구들이 빌려주는 필기 노트로 공부를 하였다.
명상은 장애학생을 받아주는 대학을 찾아 청주까지 내려가야 했다.
청주대학교 회화과 재학 시절도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수화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지만 필담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며 역시 친구 노트에 의존하여 무리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필담 데이트로 이룬 가정
명상은 2004년에 결혼을 했다. 부인의 직장 동료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아주 멋진 화가가 있어 소개해주고 싶다고 하면서 ‘근데 말을 못하셔’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화를 냈을 텐데 그녀는 ‘그럼 어떻게 대화를 해요?’라고 물었고, 필담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자연스럽게 필담을 나누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8개월 동안 만나면서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벌써 큰 딸은 20세이고 작은 딸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다 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부인이 여전히 직장에 다녀야 한다. 가장으로서 이명상 작가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이명상의 작품 활동
활동을 하면서 한국화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홍익대학교 미술교육원 수묵화반에 2001년 입학하여 실경산수화를 중심으로 3년 동안 공부하였다.
실경산수(實景山水)란 실제 풍경의 산수가 지닌 정취를 구현하는 것으로 작가의 원근으로 중요한 실경의 부분을 확대하여 그리는 화풍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외로움과의 싸움이에요.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보면 나도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화의 아름다움과 기품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계속 미술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대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