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9
누구?!시리즈34
꿈이자 운명인 삶 구필화가 송진현
누구시리즈34
꿈이자 운명인 삶 구필화가 송진현
그림에 대한 꿈을 꺼내 정말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구필화가 송진현
80여 개국 600여 명의 회원을 둔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이다. 현재 한국에는 18명의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이 있고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작가가 유일하다.
(사)대구장애인미술협회를 창립하여 18년째 회장을 맡고 있고, 한국장애인미술협회, 장애인전업미술가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1968년 11월 4일, 대구에서 출생한 작가는 대구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학사장교로 입대하여 브리핑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직업군인의 꿈을 키웠다.
장교로 군복무 중이었던 1996년 2월 새벽, 급브레이크를 밟은 앞차를 피하려다 운전하던 자동차가 전복되며 경추 손상이 발생했고 전신마비장애인이 되었다.
사고가 난 지 보름 만에야 의식이 돌아왔고, 장애인으로 ‘살아내기’ 위해서 그림에 매달렸다. 꽃과 자연의 안정되고 평안한 풍경을 그리던 작가는 근래 대상과 현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내면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비가 내려 흔들리고 경계가 무화되는 차창 밖 풍경을 표현하며 특정한 순간과 장면에 마주서는 내면의 소리에 천착하고 있다.
세계구족화가협회전(대만, 비엔나, 바르셀로나)에 참여했고, 한유미술대전, 보문미술대전,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windy99999@hanmail.net
여는 글
꿈이 꺾이자 화가의 꿈이 실현되었다
하루 중 생각하는 시간이 참 많습니다. 그 덕분에 진행된 이러저 러한 일도 적지 않았기는 합니다. 주마등(走馬燈)처럼 머릿속을 달려 지나는 일 중에 몇 가지를 붙잡아 보고 싶습니다. 중학생 때, 아버지는 제가 미술 숙제를 하다가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 그림도 구를 감춰 버리셨습니다. 더 어릴 적에는 미술상을 받아 와도 한 번도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삼 남매의 장남이 혹여나 화가가 될까 걱정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원천 봉쇄하 셨습니다. 저는 화가의 꿈을 버리는 것이 매우 아쉬웠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사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화가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림은 제게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꿈이었지만 오래 마음에 묻어 두기만 했을 뿐 꺼낼 수 없었던 것이었 는데, 제가 침대에, 휠체어에 몸을 두는 상황이 되니 제 스스로 밖으로 나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인터뷰도 많았지만 이렇게 제 이야기를 책으로 남긴다는 것은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도 하더군요. 글을 쓰는 사람들이쓸 때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기억을 만날 수 있는 50여 년의 시간을 곱씹는 일은 성찰을 요구 했습니다. 사고가 있었던 그날 이후 그림을 시작하게 되기까지 저는 시간의 무게에 눌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려 보자 결심하는 일도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많은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용기와 희망을 말하고 싶어서는 아닙 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 고통과 아픔, 상처가 있으니 제 것이 더크다 할 수 없어서 함부로 호기로운 도전과 의지를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장애예술인들의 수많은 사연에 하나 더 얹는 마음으로 지금을 말하고, 장애인예술이란 새로운 세계를 함께 살며 우리의 예술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교통사고 이후 전신마비장애가 있은 후에는 그림에 대한 꿈을 꺼내 행복하고 고통스럽게 달려왔습니다. 정말 힘차게 달렸습니다. 구필화가가 되고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보고 듣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말해 왔습니다. 이제는 글이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어렵게 빚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위로의 마음이 아니라면 살아 내기 어려운 현실에 제 이야기가 여러분을 위로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4년 시간여행 중에 구필화가 송진현
차례
여는 글―꿈이 꺾이자 화가의 꿈이 실현되었다 12
야무지고 예의 바른 장남 17
자유를 생각하며 24
청년으로 서다 31
청년, 군인 되다 43
날개, 꺾이고 추락하다 49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58
대구장애인미술협회 출범 69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이 되어 92
첫 전시-Song Jin Hyun 98
그림은 언어다-Gloomy Day 106
장애예술인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116
우리 장애작가들에게 예술혼을 기대하고 싶다.
우리의 작업은 흉내가 아니다. 비장애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장애가 있는데도’의 생각은 그들에게만 수정을 요구할 수 없다.
장애작가 또한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적당히 그리며 적당히 감상해 줄 것을, 그리하여 장애인이 경계하는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적당히 해서’ 적당히 이름 얻고, 그 잠깐의 명성에 기대 적당한 가격에 작품을 팔며 인정받으려는 모습은 부끄럽다.
나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창작하는 자세의 다름을 내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고 후배들에게도 당부한다.
장애작가들의 작품은 이 ‘자세의 다름’에서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힘있게 표현되었던 익숙한 채색과 구도는 장애작가의 신체적 특성이 드러나는, ‘애써 표현되는 다름’으로 인해 진귀한 가치를 얻는다고 믿는다.
예술가로서의 자부심과 단단한 자존감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장애작가의 창작 환경에는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거듭 논할 필요 없이 장애작가를 위한 예술 교육과 장애 특성을 이해한 창작 환경 조성, 전시 기회와 작품 홍보 등은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지원해 줄 부분이다.
공적 기관의 변화와 지원이 곧 일반 기업이나 단체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또 장애인미술협회를 운영하면서 겪은 가장 큰 문제는 창작공간의 문제였다.
휠체어를 타는 작가들의 이동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장소와 공간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걸림돌은 창작에 집중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방해했다. 당장 계단을 오르내리는 어려움이 있었고, 화장실 사용도 그랬다. 좁은 공간에서는 100호 정도의 작품 창작은 아예 기대할 수 없었다.
지역마다 작가 대상의 레지던시 사업이 있지만 여기서 장애작가는 대부분 제외된다. 작업과 전시를 위해 접근성 좋은 공공기관의 공간을 대관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다. 작품 전시와 판매의 어려움은 아직 해결하기에도 버거운 과제로 남아 있다.
또, 장애작가를 도울 수 있는 ‘예술전문활동지원사’의 역할이 절실하다.
나와 같은 전신마비 휠체어 장애인은 창작하는 내내 함께 고민하고 사진을 찍어 주거나 구상을 시연할 수 있게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고, 재료 구입 및 작업 중 처치하거나 배치하는 등 손발 역할을 해 줄 예술전문활동지원사가 필요하다.
많은 작가들이 창작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는 예술전문활동지원사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면 창작의 수월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창작 방식의 변화나 새로운 소재 선택 등에 훨씬 더 적극적일 수 있다. 자유롭게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갈 수 있는 것이다. 경험에서 느낀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렵기도 하고 또 그바람이 해결하기 어려운 박제된 희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장애인예술의 토양이 마련되고 훌륭한 후배 작가 님들이 출현하는 동시에, 곳곳에서 담금질하고 있는 숨은 실력자 들을 찾아내는 반갑고 다양한 노력이 한창인 이때 이 모든 에너지가 거듭 하나로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나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지 못했다. 미술학도도 아니었고, 그림을 사랑하고, 그리는 것을 더 사랑했지만 이를 꿈으로 갖지 않았다. 어쩌면 1996년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림을 좋아하는 평범한 군인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취미 생활 정도로 무언가를 그리고, 그것을 자주 보는 책에 꽂아 두고는 혼자서 꺼내 보며 만족하는 일상을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작가로 호명되며 재미있고 다양한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다. 무려 18년 동안(제발 누군가가 나타나서 해방되 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대구장애미술인협회장으로 일하며 미술 관련 행사에 참석해 행사 성격에 맞는 인사하기 바쁘고, 미래 세대 장애작가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실력 있는 작가를 만나기 좋아하고, 함께 전시하기를 열렬히 기대하며 적극 실천하고 있다. 또 바깥바람 쐬기도 너무 좋아해서 동료 작가들과 분기별로 야외 스케치 여행도 하고, 그림 공부를 하고 싶지만 용기 내지 못하는 예비 장애작가들을 불러 모아 미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으로 해야 하는 ‘숙제’도 적지 않다.
이러저러한 일도 많고 기대도 많아서 때론 부담도 크고 또 버겁기도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온 힘을 다해 해내고 싶다.
그것이 내 두 번째 삶의 사명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장애예술인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중에서
송진현
대구대학교 사범대 화학과 졸업
(사)대구장애인미술협회 회장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
한국장애인전업미술가협회 회원
(사)한국장애인미술협회 회원
(사)한국미술협회 회원
(사)현대미술인협회 회원 대구특수학교사생대회 심사위원장
2019 (사)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추천작가 인증
2016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대상
2015 (사)한국장애인미술협회 공로패
2012 장애인문화예술축제-제3회 온몸으로전하는회화서예전 대상
2011 보문미술대전 입상 2010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희망” 축제 장애인미술가상 최우수상
2008 (사)한국교육문화원 대한민국교육공로 봉사상
2006 한유미술대전 특선
2004 (사)현대미술인협회 대한민국미술대상전 입선
개인전
2023 “SAY GOODBYE” 휴갤러리 대구 2022 “GIOOMY DAY”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2020 “사색의 풍경” 휴갤러리 대구 2018 “공감, 함께, 누구와?” 범어아트스트리트 대구 2011 “세상 속으로” BS아트센터 대구
개인부스전 6회
라온제나호텔 퀸아트페어 2023
장애인창작아트페어 4회(2020, 2019, 2015, 2014) 대구아트페스티벌 2015
전시 기획
2023~2003 대구장애인미술협회 정기전 “삶의 숨결을 그리는 사람들” 2022~2014 장애인작가와 비장애인작가가 함께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2022 공감하는 일상 교류전
전시 경력
2023 Jogja International Biennale(인도네시아) 2023 구족화가 정기전, 경인미술관(서울) 2023 바람난 그림전, 청와대(서울) 2023 대구미술제,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 2022 UN 제네바 본부 초청 전시회(스위스) 2022 공감하는 일상교류전, 한영아트센터(대구) 2021 대구예술발전소 기획 초대전(대구) 2020 스토리 두잉 이미지쇼 미술작가 2020 장애인창작아트페어 Deep: Inside(예술의전당) 2019 화가촌 연합전, 한중일 작가교류전 2019 한국장애인문화예술총연합회 미술 부문 추천작가 2017 웃는얼굴아트센터 기획 초대전 2015 한마음아트페스티벌 초대전 2014 아시아장애인미술가 “희망 빛”을 그리다(인천아시안게임) 2011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대표작 전 LA 한국문화원 “고난을 극복한 작가들” 展 운보 김기창 문화재단 특별기획 “소리 없는 메아리” 展 세계구족화가협회전(대만, 비엔나,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