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시리즈31

손끝에 빛을 담는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나의 노력이 나를 배신할지라도 우물을 벗어나는 용기를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각막혼탁으로 인해 태어났을 때는 양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7개월 무렵 각막이식을 받게 되어 지금은 오른쪽 눈만 조금 보이는 상태이지만 그 시력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2015년 장애인 최초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입학, 2018년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역시 장애인 최초로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많은 역경을 이겨 내야 했다.

2015년 서울오페라 창단 40주년 초청 공연 등을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문화햇살콘서트, 포스코 만남이 예술이 되다 시즌 3-예술인(가수 규현과의 콜라보), 독립영화 <소리 없이 나빌레라>(개봉 예정), 경기민요 앨범 <사시장춘> 등에 참여하면서 폭넓은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또한, 관현맹인전통예술단과 한빛예술단 해외 공연(러시아, 미국 카네기홀, 카타르 월드컵 등)에 참여하여 국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으며, 병원, 요양원, 학교, 복지관 등 여러 공연을 통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인정받아 2024년 서울문화재단이 주최 하는 제2회 서울예술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 으며, 이 밖에도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문화체육관 광부 장관상, 제8회 기산국악제전 전국국악경연대회 금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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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더 옹골차게 매진하겠습니다

지난 2월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서울문화예술상’에서 장애예술인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일반 예술상에 장애예술인 특별상이 마련된 것은 이번 서울예술상이 최초라고 하더군요. 또 ‘최초’의 영예를 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상이 앞으로 다른 예술상에서도 장애예술인계를 주목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니 그 첫 주자로서 더더욱 기쁘지 않을수 없습니다. 더욱이 제가 가야금을 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에 이런 큰 상을 받으니 제겐 이 상이 더욱 의미 있게 여겨집니다.

지나온 내 10년의 열정에 대한 커다란 격려와 보상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다가올 10년도 더 열심히 달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 받는 덕분에 시상식에서 레드카펫도 밟아 보고 많은 환호와 박수도 받아 보고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즐거운 경험이라면 더 많이해 보고 싶을 만큼.
그동안 일기 한 줄 써 본 적 없는 제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내얘기를 써 내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누구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아마 엄두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 저 깊숙이 꼭꼭 감춰 두었던 상처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발가벗듯이 나를 솔직하게 드러 내는 일이란 그런 일인가 봅니다. 특히 가난한 날들의 이야기와 무대 뒤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고백해야 하는 일은 더더욱 그랬 습니다. 가난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적나라하게 나를 드러내는 일이라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굳이 꺼내 놓지 않고 덮어 둘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가장 진솔한 알맹이이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나처럼 가난한 예술 지망생들에게 나의 솔직한 고백이 힘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솔직해지자고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악기도 내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사람이, 매번 무대마다 떨다가 실패하는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걸어온 이야 기를 통해 누군가 위로받고 용기 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나에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셨던 고마운 손길들에 성실히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해 가겠습니다.
가야금을 손으로 뜯을 때 나는 선명하고 찰진 소리를 ‘옹골찬 소리’라고 합니다. 내 손끝에서 퍼져 나가는 소리가 누군가의 빛이 될수 있도록 음악도, 삶도 매순간 옹골차게 매진하는 사람이 되겠습 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다시 새롭게 나 자신과 약속해 봅니다.

2024년 무더위 속에서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차례

여는 글―더 옹골차게 매진하겠습니다 4
가야금과 연애 10년 차입니다 9
너는 나의 운명 12
바이올린과 헤어지고 싶어요 19
국악예고 입학, 최초의 벽을 허물다 26
첫 발자국을 내면서 걷기 32
서울대 국악과, 다시 최초의 길을 내다 42
330의 추억 49
내 마음속에 사는 친구, 민아 이야기 55
끝내 울어 버린 내 생애 첫 무대 61

나를 키운 선생님 63
국악이 한류가 되는 꿈 69
치열한 삶의 현장 77
가야금보다 설렜던 만남 82
가난한 예술가의 초상 88
뮤지컬, 내 삶의 활력소 94
나의 노력이 나를 배신할지라도 97
MZ세대 국악인 104
26년째 기적 109
우물을 벗어나는 용기 112

‘나는 오래오래 무대 위에 남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
무대에 서는 일이 아무리 떨리고 두려운 일이라도 그 위에 있을 때 나는 가장 나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 있을 때 내가 가장 빛이 난다던 친구의 말처럼 나는 무대에 있을 때가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행복하다.

과감히 홀로 나온 김에 내 이름을 건 독주회를 제대로 한 번 가져 보고 싶다.
그동안 엄두가 안 나서 계속 미뤄 왔는데 기회가 된다면 실수하더라도, 두렵더라도 과감히 내 이름으로 채워진 나만의 독주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

나에게 예술은 평생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가장 의지하고 싶은 든든한 존재가 되어 주다가도, 한 번씩 티격태격해서 보기 싫어지는 것을 보면 딱 친구 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친구와 10년을 함께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10년, 또 그다음 10년이 이어지도록 오래오래 그 친구와 함께 무대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나 스스로 음악을 즐겨야 관객에게 긍정적인 힘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대에 서는 날 동안 늘 그 즐거움을 잃어버리지 않는 연주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 연주를 듣는 사람들에게도그 즐거움이 오롯이 가닿을 수 있을 테니까.’

-본문, '우물을 벗어나는 용기' 중에서

김보경

2023 서울대학교 국악과 졸업

2018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졸업

제2회 서울예술상(서울문화재단) 심사위원 특별상(장애예술인상)

제9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제19회 고양행주 전국국악경연대회 장려상 제2회 의정부 죽파 가야금 경연대회 죽파상(최우수상)

제8회 기산국악제전 전국국악경연대회 금상

제27회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우수상 제3회 화성시 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 장려상

2024 신기술기반 장애예술 창작실험실 쇼케이스 Future Wide Open-The Circle 2023 경기민요 앨범(사시장춘)-가야금 반주 참여 2023 소리없이 나빌레라(영화)-가야금 연주 참여 2023 관현맹인전통예술단-국립민속박물관 공연 2023 관현맹인전통예술단-세종의 마음(경복궁 수정전) 2023 Sukiyaki Meets the World Festival 참가 2023 6월 호국보훈의 달 기념-600년 역사 관현맹인의 소리, 서울에 울리다 2023 루터란아워 정오음악회-빛의 노래 2023 5월 문화가 있는 날 기획공연(한글박물관) 2023 마음으로, 빛으로-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상헌 X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리사이틀 2023 삼삼삼예술축제-기획공연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대한이 살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초청 공연(관현맹인전통예술단) 2022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 ‘Painter’s Dream’ 개막식 공연 2022 이프랜드 공감 힐링 콘서트(메타버스 공연) 2022 포스코 만남이 예술이 되다 시즌 3(유튜브 개인 스토리영상+규현 콜라보 영상) 2022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정기 연주회-발밤발밤(국립국악원) 2021 서울대학교 국악과 제63회 정기 연주회(국립국악원 예악당) 2021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국립국악원) 2021 관현맹인전통예술단 국립부산국악원 공연 ‘수요공감’ 2020 아트위캔 국악콘서트 ‘가여낙낙’

2020 관현맹인전통예술단 3집 음반 참여 2019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카네기홀 공연 2019 문재숙과 함께하는 천사금의 어울림 콘서트 2019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제8회 정기 연주회-너에게 꽃이다(국립국악원) 2019 서울대학교 국악과 창립 60주년 기념 협연의 밤(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 2019 서울대학교 국악과 창립 60주년 기념 연주회(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 2019 서울대학교 가야금 황병기 창작곡 발표회(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 2018 서울대학교 국악과 협연의 밤(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 2018 서울대학교 국악과 제60회 정기 연주회(국립국악원 예악당) 2018 서울대학교 국악과 전통음악 연주회(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 2018 서울대학교 신입생 가야금 앙상블 공연-다시, 금(서울대학교 예술관 콘서트홀) 2018 예술의전당 문화햇살콘서트 ‘음악이 빛이 되는 콘서트’ 2015 찾아가는 음악회 국방부 공연(한빛오케스트라 협연) 2015 서울오페라 창단 40주년 초청 공연(한빛오케스트라 협연) 2015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빛오케스트라 협연 2015 장애인의 날 공연 ‘우리도 스타’(국립국악원 예악당) 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