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9

누구?!시리즈30

인물을 나로 표현하는 배우 하지성

 

누구시리즈30

인물을 나로 표현하는 배우 하지성

 

 

 

무대 위에서 소통하고 싶다

 

 

배우 하지성

 

 

1991년생, 올해로 서른네 살의 배우다. 뇌병변장애로 언어와 보행에 불편함을 겪는다. 2023년 백상예술대상 수상으로 장애인 배우로서 세상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초중고는 일반 학교에 다녔지만,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해 의기소침하다 보니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 시절의 외로움이 대중과 소통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했다. 그러나 가족의 반대와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그 길로 바로 들어서지는 못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여 평범한 회사원을 잠시 꿈꾸었지만 연기에 대한 열망은 결국 그를 돌려세웠다. 아는 형의 소개로 극단 ‘애인’을 만났고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 역으로 연기의 첫발을 내딛었다.
2012년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2013년 <손님>, 2014 년 <너는 나다>, 2015년 <무무>, <제물포별곡>, 2016년 <3인 3 색 이야기>, <들판에서>, 2017년 <전쟁터 산책>, 2018년 <한달 이랑 방에서 나오기만 해>, 2019년 <인정투쟁 예술가 편> 등꾸준히 무대에 올랐으며, 2021년 <여기, 한때, 가가>로 비장 애인 배우들과 한 무대에 서기를 시도하였다.
비장애인과의 협업으로 <틴에이지 딕> 오디션에 도전했으며 2022년 <틴에이지 딕>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틴에 이지 딕>으로 2023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에서 연기상을 수상, 장애인 배우로서는 백상예술대상 59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jisungha105@hanmail.net

 

 

여는 글

내가 있을 곳은 언제나 무대 위

 

길고 긴 편지를 썼다. 나조차도 외면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먼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귀를 기울이고, 상처 입은 나에게 깊은 화해를 청하고 나니 이제야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지난날을 좀 덜 연민하고 더 담담하게 바라볼 수있을 것 같다.
“문제를 푸는 동안의 떨림, 흥분, 불안. 답이 나오든 안 나오든 몰두했을 때만 만날 수 있는 그런 순간들 때문이 아닐까?”
어떤 문제를 푼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못 푼다고 불행해 지는 것도 아닌데 왜 수학자들은 계속 문제를 풀고 증명하느냐는 질문에 주인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드라마 <멜랑꼴리아>의 한 장면 이었다. 왜 무대에 오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도 같은 대답을 할것이다. 무대 위에 있는 동안의 떨림, 흥분, 불안. 명연기가 나오든안 나오든 몰두했을 때만 만날 수 있는 그런 순간들 때문에 오늘도 무대 위에 서 있다고 말이다.
언젠가 우리 극단의 배우가 비장애인과 협업 공연을 하는데 한기자가 기사에서 “발성이 편하지 않은 배우”라고 쓴 적이 있다. 잘못된 표현이고 많이 속상했다. 편하지 않다는 건 다분히 비장애인 관점에서의 해석일 뿐이다. 비장애인들이 볼 때는 내 움직임이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그저 내 고유한 떨림이고 움직임이다. 내가 할수 있는 나만의 움직임을 발견해 가면서 최선의 연기 방식을 찾아 가려고 한다. 나는 불편한 배우가 아니라 나만의 고유성을 가진 배우이고 또 그렇게 인정받기를 바란다.
비장애인 배우들과 협업을 하다 보면 나로 인해 이동권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게도 되고 극장 접근성, 배리어프리에 대해서도 자연스 럽게 얘기하게 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작업 환경에 놓이다 보니 다양하게 불편한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는 배우에게 대본을 줄 때 어느 쪽이 편한지 미리 묻지 않고 똑같은 대본을 주게 되면 장애인 배우는 내내 힘겹게 대본을 넘겨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들이 앞으로의 협업에서 서로 편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무대 위에서도 그리고 무대 뒤에서도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무대가 주는 흥분과 떨림, 희열과 슬픔, 실망과 보람… 그 모든 것들을 무대 안팎에서 맘껏 느끼고 누리는 배우로 살고 싶다! 나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024년 여름에 배우 하지성

 

 

차례

여는 글_내가 있을 곳은 언제나 무대 위 4
J에게 9
여기에 있다 12
걷는다는 것의 의미 21
친구가 될 기회 28
짝사랑 전문가 40
사랑해요, 선생님 43
소심하거나 과감하거나 49
배우가 되고 싶어 56
안전한 선택 59

어떤 처음 61
꿈으로 가는 길 65
연극이 끝나고 난 뒤 72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77
자만의 늪 80
배우로서 단단해지기 85
도전이 미래다 88
틴에이지 딕은 바로 너 92
장애를 극복하려고 연기하지 않는다 99
인물을 나로 표현하는 배우 103
나의 롤모델은 바로 나 106

 

 

‘나를 탐험해 가는 여행에서 나는 앞으로 또 어떤 나와 만나게 될까.’

나를 기대하는 인생, 그것으로 충분하다!

-본문, '나의 롤모델은 바로 나' 중에서

 

 

하지성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전공 학사

 

장애인문화예술축제 홍보대사/2023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

제8회 나눔 연극제 남자연기상

 

2024 제1회 신촌문예, 인정투정 예술가 편

2023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_선택

2022 1 Stage for 1 Player, 틴에이지 딕

2021 여기, 한때, 가가, 천만 개의 도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 극단 애인의 1인무대 2019 인정투쟁 예술가 편

2018 한달이랑 방에서 나오기만 해

2018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조건 만남, 기억이란 사랑보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2017 전쟁터 산책 2016 3인 3색 이야기, 들판에서

2015 무무, 제물포별곡

2014 너는 나다

2013 손님

2012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2011 고도를 기다리며

2010 고도를 기다리며, 장애인 연극교실 워크숍 ‘인형의 집’


단편 영화

 

<기타>

장애배우의 연기로부터 장애미학의 탐색으로/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