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2

세계화

예술은 장애인에게 가능성 그 이상이다

 

예술은 장애인에게 가능성 그 이상이다

 

“장애예술인은 그 능력과 의사에 따라 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정한 장애예술인 지원법이다.

법안의 내용처럼 장애예술인은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보장받고 있을까? 장애라는 특성이 개인의 정체성을 넘어 예술활동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하지만 장애예술인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갈고닦은 실력을 펼칠 수 있는 작품 참여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에 따른 수입 또한 현저히 적어 창작은 물론 생계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창작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미 사회 곳곳에 뿌리 박혀 있는 차별은 인식 부족, 고용 불안정, 장애인 편의시설의 부재와 같은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 장애예술인의 원활한 활동을 방해한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제약을 알아차리기엔 다수의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The Argus는 장애예술인이 겪는 어려움과 그 원인을 조명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여 구분 없는 예술 사회를 형성하고자 한다.

 


Ⅰ. 장애예술인의 현실적 어려움
1. 장애예술인만을 향한 다른 관점


장애예술인이 활동하는 분야가 다양해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향한 차별적 인식은 변함없다. 차별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피기 위해선 예술계에서 함께 일하는 협업 예술인과 창작물을 향유
하는 대중이 장애예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협업 예술인과 대중 모두 장애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일반적인 예술의 범주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작품 자체가 아닌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장애예술인과의 협업을 타 예술인의 도움과 봉사의 차원으로 인식하며 그 창작물은 저평가된다.

옥혜숙(Ok Hye-Sook) 특수교육학 박사는 동종업계 예술인이 장애예술인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을 같은 예술인이라고 인지했다는 그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현재 장애예술인 작품은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이지만 막상 그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실력이 월등하다.” 이는 예술적 역량을 갖춘 장애인들을 전문 예술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협업 예술인의 만연한 인식과 더불어 애초에 그들의 창작물을 관람한 경험이 적은 현실을 보여 준다. 장애예술인 창작물에 대한 감상 경험이 부족한 것은 대중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21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실태조사(2021년 장애예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예술인의 7.9%는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데 있어 “향유층의 부족”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응답했다. 이 또한 대중의 낮은 관심과 적은 경험을 동시에 시사한다.

장애인예술을 하위 문화적인 성격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장애인예술이 주류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향유될 기회를 더욱 제한한다.

이처럼 장애인예술이 낯설고 비주류라는 인식이 강화된다면 작품 협업과 향유에 한계가 발생해 그들의 창작물은 점점 우리 사회에서 소외될 것이다.

 


2. “창작”하며 “살기” 위한 경제적 어려움

 

창작 활동을 지속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엔 장애예술인의 수입이 매우 적다. 장애예술인 중 62.2%가 예술 활동을 전업으로 삼고 있으나 장애예술인의 예술 소득은 한 달 평균 18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비장애예술인보다 3배 이상 낮은 값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예술을 전업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타 직종도 마찬가지로 장애인 고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에서 창작 자금까지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설, 재료와 같이 창작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요소 이외에도 작업 기간 생활비도 큰 부담이다.

2021년 장애예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예술인의 70.5%가 “창작기금 지원과 수혜금 확대”를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응답한 만큼 장애예술인의 경제적 어려움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 12월 10일 장애예술인지원법을 제정하고 창작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1년 실시된 조사에서는 2018년보다 4% 포인트가 더해진 인원이 여전히 수혜금 확대를 원했다. 2021년 예산을 58% 늘리고 2022년 예산은 20억 증가되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예산 증진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부의 예산 증진과 동시에 타당한 수혜 방식이 잡혀야 막대한 지원금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고루 지급될 수 있다. 또한, 적은 소득 때문에 창작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점을 파악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3. 만들 곳 없고, 발표할 곳도 없고


예술은 본래 창작하고 향유되어야 의미 있는데 장애예술인은 이 두 단계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장애예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예술인은 문화예술 활동에 있어 “작품 발표/전시/공연을 할 수 있는 시설 부족”, “연습 및 창작 공간 부족”, “장애예술인 관련 시설 부족” 순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은 창작 공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음악과 무용 연습은 방음이 되는 큰 공간이 필요해서 교회를 빌리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교회 행사가 있을 때는 연습할 공간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또한, “사실상 집에서 창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의 지원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이며 작업실의 필요성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처럼 장애예술인이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시설은 열악한 편이다. 창작물을 발표하기 위한 공간도 마찬가지다.

방 회장은 “공연장 측 무대감독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무용수에게 바닥이 망가질까 매트를 깔 것을 요구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무용 공연인 만큼 매트는 공연의 질이 떨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발표할 시설을 대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예술인이 원하는 조건으로 작품을 발표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 준다.

좋은 작품을 창작하였더라도 그것을 대중에게 공개할 발표 시설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충분한 기회를 통해 장애예술인도 경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작품의 질을 높이고 향유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애예술인의 사회적, 신체적 제약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Ⅱ. 그 어려움의 원인
1. 작품의 가치보다 작가에게 집중되는 시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애예술인이 있다면 그 예술가를 알게 되었던 과정에서 작품이 먼저였는지, 창작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먼저였는지 떠올려 보아라.

장애인의 예술 활동은 직업적 측면이 아닌 재활과 취미의 수단으로 비춰지며 그들의 창작물은 예술 자체보다 장애인 본인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고 만들어 내는 산물이라고 받아들여진다.

박혜신의 논문 “장애인예술가에 대한 인식(2010)”에서 관련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같은 공연을 감상하더라도 예술인이 장애인임을 인식할 때 더 흥미롭게 보고 감동받지만, 그 예술인의
전문성은 낮게 평가한다고 한다. 장애예술인을 전문 예술인으로 인식하지 않은 채 장애를 향한 동정 어린 시선이 예술성과 실력을 평가 절하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정부의 지원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와 지원정책은 장애예술인의 창작보다 이미 창작된 예술을 소비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창작자로서의 활동을 배제하는 것은 장애인이 예술을 본업으로 갖는 것을 더욱 낯설게 만든다. 이에 따라 장애예술인이 비전문적이라는 인식은 강화되고 그들의 작품은 예술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비슷한 시선이 전제로 깔려 있을 때, 장애예술인은 아무리 훌륭한 작품을 창작해도 성장할 수 없다. 장애인예술이라는 좁은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애에 대한 체험을 반영하는 “장애예술”이라는 분야가 있을 정도로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은 창작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장애가 한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작품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기준이 되었을 때 작품과 작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형성된다.

 


2. 속 빈 지원금 정책

 

다수의 장애예술인은 창작지원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예술인 중 지적/지체 장애인은 총 60.3%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60대 이상 장애예술인의 86.7%가 지원금이 필요한 창작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적/지체 장애인과 고령층은 정보를 직접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 창작지원금을 신청하고 받기 힘들다. 이는 장애예술인의 특성을 고려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맞춤형 절차가 부재했음을 보여 준다.

정보취약은 장애의 특성에 의해서만 야기되지 않는다.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에 의하면 지원금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서류와 신청 기한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담당자에게 문의해도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정보의 낮은 접근성과 복잡한 신청 절차 때문에 장애예술인이 지원금 수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장애예술인의 경제적 어려움은 창작지원금을 수혜에 앞서 창작 자체를 그만두는 원인이 된다. 창작 수입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기초생활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에 창작 활동을 자체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다.

2020년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28%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이를 고려하면 창작지원금과 생계급여를 함께 받아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둘 중 하나는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 회장은 “창작 수입은 매우 불규칙하고 그마저도 적은데 창작 수입 때문에 기초수급비가 줄어들어 예술 활동을 제한받는다면 정부가 장애예술인의 경제적 자립과 성장을 막는 것이 된다.”며 창작지원금을 받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번 하향된 생계급여는 회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창작 수입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장애예술인의 복합적인 수입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제도적으로 모순이 생긴 것이다. 지원금 제도의 시행만을 바라본다면 장애예술인의 소득 안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부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2023년 3월 28일에 시행되는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 조치 마련” 정책 또한 대상과 방법을 고려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

 


3.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예술가

 

장애예술인은 시설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매우 많다. 신체장애가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집에서 시설까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시설 안에서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동권이 보장된 교통편과 장애인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진 시설은 찾기 어렵다. 휠체어로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자동문/화장실/주차구역,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공연시설에서 관람석으로 가기 위한 통로는 비교적 잘 구축되었더라도 창작자가 장애인일 경우를 고려한 무대 통로는 드물다.


방 회장은 “무대에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통로가 열악하다. 장애인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시설이 많아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장애예술인이 겪어야 하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밝혔다.

2021년 장애예술인실태조사에서 국공립 문화시설의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자동문 설치”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관람석, 열람석, 무대 설치율”이 각각 48.8점과 42.4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예술인이 사용해야 하는 무대관련 항목은 부실한 실정이다. 이것도 공공시설만을 조사했을 때 이야기다. 국가의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민간시설들은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비교적 장애인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저렴한 비용에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은 대관 절차가 복잡하고 경쟁률이 높아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관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상당한 가운데 남은 시설마저 장애인 편의시설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장애예술인의 고충을 키운다. 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대관하기가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것이다. 

 

 

Ⅲ. 해결 방안
1. 함께 만드는 “포용예술”

 

 

장애 유무를 기준으로 예술세계를 분리하지 않는 것이 장애예술인과 비장애예술인을 동등한 역할로 인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대신 그 경계를 허물고 함께 창작 과정을 거치는 포용예술을 추구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톱갭무용단을 들 수 있다.

영국문화협회(British Council)는 스톱갭무용단을 “다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 많은 범위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장애예술가들의 잠재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예술단체라고 설명한다.
스톱갭무용단의 무용 영상 “Artificial Things”에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무용수 크리스는 비장애무용수와 마주 보고 호흡을 맞춘다. 다리가 없는 한 무용수는 두 팔의 힘으로 비장애무용인과 같은 동작을 소화하고 또 다른 무용수는 휠체어를 탄 채로 마구 달리다 거꾸로 매달리기도 한다. 그곳에서 장애와 비장애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모든 아이디어 와 시도에 가능성을 열어 두는 포용성을 유지하며 창작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포용예술의 실현을 위해선 협업 예술인의 의지와 더불어 정부의 지원제도가 매우 중요하다.

옥 박사는 영국의 포용예술 시스템에 대해 “영국은 특정 극단을 설립할 때부터 장애/비장애예술인이 함께하는 극단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며 한국과의 다른 점을 언급했다. 또한, 그 예로 “창작자는 협업을 하며 밤을 새기도 하는데 평소에 보조인과 함께 생활하던 장애예술인은 그 보조인의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영국은 이런 상황에서 보조인을 24시간 고용해 주거나 스케줄을 직접 조정해 갈등을 방지한다.”며 협업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생길 우려 때문에 협업을 피하기보다 부딪히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는 쌓이지 못했던 포용예술의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될 필요가 있다.

포용예술이 적극적으로 실행되어 대중에게 장애예술인과 비장애예술인의 협업이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2. 융통성 있는 소득 창출의 기회

 

장애예술인의 불규칙한 수입구조를 고려하여 생계급여 이외의 가외 수입(extra income)을 인정해야 한다.

방 회장은 이에 대해 “생계급여를 유지하기 위해 창작 수입을 포기한다면 장애예술인은 생산성 있는 노동의 의지가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가외 수입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차원에서도 세금을 더 걷을 방법이기 때문에 이익 관계가 들어맞는다. 장애인작가 폴 롱모어가 출간한 책 「워싱턴의 재발견(The invention of George Washington)」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저작권료를 받게 되자 수혜 중이던 장애인복지 서비스가 전부 중단되었던 영국의 사례도 언급했다.

중증장애인이었기에 지원이 꾸준히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창작 수입이 한번 들어왔다고 서비스를 중단시켜 버린 것이다. 이에 분노한 폴 롱모어는 자신이 집필한 책을 연방정부 앞에 쌓아 놓고 불을 지르는 시위를 했고 그 뒤로 사회보장기본법이 바뀌어 영국은 가외 수입을 인정해 주게 되었다.

이처럼 가외 수입이 인정되어 장애예술인의 노동 의지로 직접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 야기한 창작 활동의 한계를 타파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


방 회장은 장애예술인의 새로운 수익 창출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바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장애예술인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쇼핑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중증장애인 생산품을 파는 “꿈드래”라는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2023년 3월28일 정부는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 조치 마련” 정책을 시행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장애예술인 창작물이 우선적으로 구매될 수 있도록 한다. 큰 규모의 단체나 유명한 장애예술인의 작품만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쇼핑몰에서 공개적으로 창작물을 판매하면 개인의 작품도 활발히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정책이 대중에게까지 확장되어 소비층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장애예술인의 수입은 예술 활동에서 발생해야 한다. 정부는 직접 지급 형태의 생계급여나 창작지원금에 예산을 쏟고 있지만 꾸준한 소득과 질적 성장은 창작 소득의 증가를 통해 적극적인 예술 활동을 촉진하는 데에 있다. 

 

 

3. 장애인의 실질적인 편의를 추구하는 시설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에 대한 법률은 존재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관련 시설을 구축하게 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2015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관한 이음센터가 혜화 중심지에 개관하였다. 이음센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어 준다는 의미로 창작과 발표 모두 가능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특히,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다.

이음센터 예산 작업에 참여했던 방 회장은 이용자에게 화장실을 갈 수 있어 가장 좋다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센터를 기획할때부터 건축하고 개관한 후까지 장애인에게 자문을 구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한 결과다.

일본 오사카 사카이시에 세워진 국제장애인교류센터 빅아이(Big-I)는 문화예술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 장애인이 관객과 창작자 모두로 활동하기에 적합하다. 공연장의 입구는 단차가 없고 관객석에는 300대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다. 낮은 위치에 자판기 버튼을 설치하거나 시각장애인의 장애물 인지를 위해 바닥의 소재를 다르게 하는 등 세세한 곳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빅아이 건물은 인근 지하철역과 가까워 이동이 편하고 쇼핑몰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타 시설과의 접근성도 좋다. 특히, 빅아이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숙소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장애인과 그 보조인의 동선부터 비상 대피로까지 고려하였다. 이 시설은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예술인이 수도권의 문화예술 시설을 방문할 때 겪는 이동과 숙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에 빅아이가 건설된 것은 2001년도이다. 22년이 지났지만, 한국에는 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이음센터와 빅아이 같은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시설이 늘어나 장애예술인이 이용에 한계를 느끼고 창작 활동을 제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장애인의 예술 활동은 혜택이 아닌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물론, 전문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비장애인과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대중을 만난다는 결과만큼은 같아야 한다.

장애예술인은 인간의 무수한 특성 중 하나인 장애를 가진 사람이자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로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예술인이다.

장애예술인이 차별의 벽 없이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과 대중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모두에게 예술의 길이 열려 있는 사회가 형성되어 어떠한 제약도 없이 누구나 예술적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 글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발간하는 영문 월간 잡지 『디아거스』 532호(2023. 3. 8.) ‘In-depth on Culture’ 에 실린 문화부 박경진 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