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캠페인(campaign)

시야, 노올자!

 

시(詩)야 노올자 캠페인

“가족사진 속 시인의 이야기”

 

bing AI로 생성한 이미지. ©방귀희

 

 

스무 살이 되던 2000년도에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얼굴 아래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마비 장애가 생겼다. 마우스 스틱을 입에 물고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였다.

한 타씩 누르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창작의 열망이 클수록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그래서 2006년에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하면서 크고 작은 문학공모전에 응모하여 수상경력을 갖추었다.

이것은 서성윤 시인의 간단한 서사이다.

건장한 청년이 하루아침에 전신마비 속에 갇힌 후 시를 쓰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시 ‘가족 사진’은 어느 가정이나 한 장 정도는 갖고 있는 가족사진을 통해 시인의 고향집 풍경을 배경으로 장애인가정 부모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가족사진

서성윤



콩깍지 튀는 마당에서

싸리비로 덕구를 진정시키시는 아버지

그을린 부엌엔 푸짐한 한 끼로 분주한 어머니

두 손 민망한 애경선물세트 20호와 둘째가 귀성했다

혼자 꾸역꾸역 사는 게 기특해서

마을회관 가시면 나를 늘어놓고 오신다는데

전동휠체어 높이로 짜 맞춘 식탁에도 마찬가지

우걱우걱 돼지갈비 드시는 아버지

번갈아 떠먹인 수저를 헷갈리신 어머니

발라 놓은 조기를 또 입에 넣어주시자

1998년에 찍은 가족사진이 웃는다

곶감도 안 먹고 그냥 간다니까

아버지는 고구마를 사과상자에 담아 주신다

오늘의 표정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대기하는 장애인콜택시 배경으로 찰칵

자기주장마저 꼬부라진 부모님이라도

뭔 사진이냐며 손을 휘저었을 텐데

아버지는 어깨에 총 맞은 것처럼 서시고

흰머리를 히잡처럼 두르신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보시며 찍힌 사진보다 환히 웃으셨다

-솟대평론 13호, 2023년 하반기호-

 

 

서성윤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운문 가작(2014), 운문 최우수(2018), 단편소설 가작(2020)

화성신문 시민기자


 

 

 

이 시는 서정적 서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시인이 시골 고향집에 찾아갔을 때 아버지는 콩깍지 튀는데 덕구가 달려드니까 싸리비를 들고 쫒아내고 있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푸짐한 밥상을 준비하고 있다. 시인은 겨우 생활필수품이 담긴 작은 선물세트를 들고 고향을 찾았지만 아버지는 마을회관에 가기만 하면 아들자랑을 한다.

전동휠체어 높이로 짜 맞춘 식탁에서 모처럼 가족이 식사를 한다. 아버지는 돼지갈비를 드시고, 어머니는 중년의 아들에게 밥을 떠먹여준다. 엄마 한입, 아들 한입 번갈아 수저를 뜨다가 순서를 잊어버리신 노모는 발라 놓은 조기를 또 아들의 입에 넣어준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은 모자 밖에 없을텐데 1998년에 찍은 가족사진이 웃는다고 하여 함께 하지 못한 형제들을 소환한다. 그 가족사진은 다치기 2년 전이라서 서성윤은 당당히 서있다.

후식인 곶감도 먹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 때문에 귀가를 서두르자 부모님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싸주신다. 그 순간을 남기기 위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자 아버지는 어깨에 총 맞은 것처럼 뻣뻣이 서시고 흰머리를 히잡처럼 두르신 어머니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시며 찍힌 사진보다 더 환히 웃으셨다.

예전 같으면 무슨 사진이냐고 손사래를 치셨을텐데 자기주장마저 꺾여버린 부모님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시인의 아련한 아픔과 진한 부모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수채화 같은 시이다.




-출처: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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