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캠페인(campaign)
시야, 노올자!
기고/방귀희
bing AI로 생성한 이미지. ©방귀희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 이다.
중세시대에 한 기사가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강둑에 피어있는 물망초 꽃을 본 여인이 꽃이 너무 예쁘다고 하자 물망초를 꺾어 여인에게 주려다가 그만 몸의 균형을 잃고 강물에 빠진다. 파도에 휩쓸려가며 기사는 외쳤다.
“나를 잊지 마시오!”
이런 유래 때문에 물망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영원한 사랑을 뜻하게 되었다. 과연 한병진 작가의 물망초 사랑은 어떤 사연을 갖고 있을까?
물망초
한병진
언제나 그 자리에 당신은 있었지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귓가에 은근한 속삭임이
아직도 나를 감미롭게 합니다
떠나 있어도 늘 두 마음은 숲길을 거닐었고
함께 있어도 항상 그리움의 보금자리
그대는
언제나 나만의 비밀의 정원
보송한 당신의 마음 위에
한없이 미끄럼 타며
간질러 보고 싶었습니다
세상 사람들 이야기하는 그리움에 코웃음 치며
오직 나만이 당신과 영원하지 싶었습니다
가을이 펼쳐낸 파란 하늘에
하얀 보고픔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바람 일고 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이리 떠나실 바에야
차라리 그때 그리움이라 하지 그러셨습니까
-솟대문학 100호(2015년 12월)
한병진
『솟대문학』 추천완료. 『한국문학세상』 시, 수필 부문 신인상. 『한국행시문학』 신인상. 격월간 『문학광장』 시 부문 신인상. 민들레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 경기도장애인문학상 수상. 21세기대한민국문학상 수상 등
시집 <빨간 우체통>
나는 이 시를 처음 받아 읽으며 가슴에 멍이 든 듯 아팠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좋은 잡지 간행 사업으로 1996년부터 받아오던 제작비 지원이 끊긴다는 통보를 받고 『솟대문학』 100호로 폐간을 결정한 후 마지막 작별호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솟대문학』이 소멸되면서 솟대시인들을 향해 ‘솟대문학을 잊지 말라’고 절규하는 내 마음 같았다.
1연에서 시인은 사랑하는 여인의 미소와 속삭임이 너무나 감미로워서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듯하고, 함께 있어도 그립다고 하여 애타는 사랑을 표현하였다.
2연에서 그대는 나만의 비밀 정원에서 오직 나만이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건만 3연에서 ‘바람 일고 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이리 떠나실 바에야 차라리 그때 그리움이라 하지 그러셨습니까’ 라고 고백하여 시인의 사랑은 그리움이 된 사랑임을 알 수 있다.
독자에 따라 시인이 사랑한 대상은 달라질 수 있지만 나는 『솟대문학』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 유일한 『솟대문학』은 우리 장애문인들에게 거닐고 싶은 숲길도 되고, 가장 편안한 보금자리도 되고, 자신만의 비밀의 정원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소중한 의지처가 당연히 영원할 줄 알았는데 어느날 이별을 통보받고 허탈했을 심정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 시는 역시 사랑시이다.
중증의 뇌성마비장애가 있는 시인은 ‘차라리 그때 그리움이라 하지 그러셨습니까’ 라는 원망을 하여 더 큰 그리움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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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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