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

E美지 30호/미술

무한한 공간에서 확장중인 김현우 작가

 

생명 지키기 

 

1995년, 아기가 태어났을 때 젊은 부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아기가 젖을 잘 먹지 못했다. 모유도 우유도 한 방울 한 방울 겨우 입속에 넣을 뿐이었다. 먹지를 않으니 한 달이 지나도록 몸무게가 늘어나지 않았다.

생후 1개월 즈음 의사가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고 하였다. 의사가 왜 그런 검사를 하자고 하는지 묻지 않았다. 뭐라도 해서 아기가 젖을 잘 먹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검사 결과는 다운증후군이었다.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심장 이상으로 아기가 젖을 빨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 아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수술과 치료과정이 계속되었다. 

 

 

미술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현우는 글을 금방 깨우쳤다. 차창 밖 간판을 읽을 정도였다.

그래서 책읽기를 좋아했다. 머릿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것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늘 조용히 앉아 책을 보았고 빙긋이 웃으며 말이 없었다. 

수업시간에는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노트에 무엇인가를 그리며 낙서를 할 때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현우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무언가를 그리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수학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칠판 가득 채워지는 수학공식이 아름답다며 노트 가득 낙서하듯 공식을 그렸다. 

졸업이 다가오자 엄마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서 동네 미술학원으로 갔다. 미술을 가르쳐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미술학원이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술학원에서는 ‘여기는 입시학원이라 현우는 해당이 안된다’고 매몰차게 거절을 했다.  

그러다 찾아간 곳이 로사이드였다.

상담을 받을 때‘로사이드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고 제도권 교육이 아닌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그것은 현우의 성향과 너무나 잘 맞았다.

 

 

픽셀화가로 탄생 

 

현우가 스무 살이 되었다. 약한 편이기는 해도 병원에서 살다시피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건강한 청년이 되었다.

어느 날 로사이드에서 개인전 제안을 하였다.

그래서 현우는 2015년 서울시립북부병원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하게 되었다.

2021년, 100평 정도의 신한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픽셀, 수학드로잉 등 5년 동안의 작품을 총망라한 개인전‘픽셀:무한한 공간’을 개최하였다.

언론이 현우의 작품을 주목하였다. 픽셀이라는 독특한 방식이 신선했던 것이다. 

 

 

나의 픽셀은 확장되고 있습니다 

 

2023년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양국 간 예술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2019년부터 캐나다에서 전시활동과 컨퍼런스 발표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는 등 한국과 캐나다를 예술로 매개해 온 현우는 2023년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명예 예술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김현우 작가는 2029년까지의 전시회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는 지금도 노트에 메모를 한다.

그의 뇌 속에서 한없이 분출되는 창작 에너지의 기억을 적어두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이미지가 화폭으로 표현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지켜보며 그의 천재성이 제대로 드러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김현우가 큰 작가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김현우
개인전 15회

단체전

2023 한-캐나다 수교 60주년 <모두의 어떤 차이>, 캐나다 등 다수

작품 소장

용산 대통령 집무실 ‘퍼시 잭슨 수학드로잉’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바다모래 수학드로잉’, ‘바다 속 수학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