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

E美지 30호/문학

갈참나무 숲을 떠나 흑꼬리도요로 날아오른 박재홍 시인

 

 

열네 살 이전의 삶

 

박재홍은 1968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나 생후 8개월 때 소아마비로 중증의 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14세까지 네 발로 기어다니면서도 그것이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목발에 의지해 간신히 걸음마를 떼고 학교라는 사회에 나갔을 때 넓은 벌판에 혼자 서있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허수아비 같았지만 그 역시 그가 감당할 몫이었다.

그에게 가장 큰 위로는 시詩였다.

 

 

문학운동 

 

 

박 시인은 ‘장애가 불편했기 때문에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근력이 생겼다’고 하면서  발문에 ‘가장 낮은 곳의 민중을 향한 시선을 놓치지 않고, 급변하는 시대적 정세에 오염되지 않고자 했다’고 선언하였다.

문학운동을 하다가 자연히 장애인운동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를 전공하였다.

그러다 다시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통합과정에 입학한 현재 2년차를 보내고 있다. 

 

 

다시 시작한 공부 

 

살아온 날만큼 해갈되지 않은 갈증에 지천명知天命을 지나치며 삶의 정리가 필요했다.

결핍과 절박함이 가져오는 다음 순서가 재미였다.

그러나 2023년 현재에도 이동권의 불모지는 학교이다.

돈이 없는 것은 태어나기 전부터였고 현재도 그렇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동년배 교수들의 강의를 되새기다 보면 혼자 공부하다 지나치는 것들이 가을 이삭줍기처럼 만나는 기꺼움이 있다.

예전 같으면 움직이지도 않을 교수님들이 학생을 찾아 방으로 찾아온다. 학교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되어있지 않으니 교수님 연구실에서 편하게 하지 못하고 접근할 수 있는 강의실을 지정해 장애인이 그 혼자뿐임에도 학생들과 교수님이 배려를 해주는 기이한 현상을 만난다.

학교는 바뀔 생각이 없다는 말이겠지 하고 짐작만 한다.

하루를 소멸하며 견디는 삶 속에 반추하여 앞으로 한 발짝 걷던 목발을 배울 때처럼 시간 시간을 쪼개서 산다. 

 

 
역시 문학이다 

 

 

2016년, 어머니께서 눈을 감으시기 전 형이 세상을 떠났다. 2년 후 아버지가 저세상으로 가셨다. 누나네는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그때 그는 이혼으로 혼자가 된 상태였다.

그를 붙잡아 준 것은 또다시 문학이었다.

그는 미친 듯이 시를 썼다.

그때 썼던 시들이 시집으로 솔솔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박재홍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충남시인협회 이사
시집 <낮달의 춤>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