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4

E美지 31호/음악

소리꾼 김지연의 성장과 꿈

 

 

서편제가 만들어준 꿈 

 

 

김지연은 1995년, 7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어났다. 곧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아기는 그 안에서 시력을 잃었지만 엄마는 미숙아여서 눈의 기능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점자책으로 나온 <서편제>를 읽고 여주인공 송화의 한과 기쁨이 마치 자신의 운명처럼 다가왔다. 마침 서울맹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국악담당 원진주 선생님을 만나게 된 지연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판소리에 푹 빠졌다. 그녀는 부모님께 판소리로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하였다. 

 

 

판소리를 배우다 

 

본격적으로 판소리 공부를 하면서 지연은 소리에 눈을 떴다. 하지만 판소리는 창(소리)과 아니리(독백)로 구성되어 있어 소리만 익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판소리의‘너름새’와‘발림’이라 불리는 판소리 동작이었다. 너름새는 연기이고 발림은 부채를 사용하는 동작이다. 
그녀의 스승은 방향감각이 거의 없는 제자를 위해 자신의 얼굴을 제자가 손으로 더듬으며 혀의 위치, 입술모양 등 다양한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를 감각으로 기억하도록 하였다.
이런 노력 끝에 지연은 2014년, 수원대학교 국악과에 입학하였다. 

 

 

소리꾼으로 성장하면서 

 

 

대학 새내기 시절, 국악과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공연이 있다고 하여 지연도 자기 나름대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지연이 빠지는 일이 발생하여 상처를 받기도 하였지만 서운함을 티내지 않고 씩씩하게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엄마와 자취를 하면서 등하교를 했던 지연은 자신을 믿고 소리의 길을 걷게 해준 엄마를 위해서라도 더욱 더 노력해야 했다. 
지연은 판소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소리 대회에 나갔다. 그리고‘소리는 좋은데 발림 즉, 부채 놀림이 어색하다’는 지적을 심사평으로 들었다. 그 지적이 약이 되어 수백 번 훈련을 거듭하자 나중에는 발림도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김지연은 2021년에 2시간30분 동안 <흥보가>를 완창하여 소리꾼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2023년, 제1회 세계 판소리 페스티벌에서 20시간 릴레이 공연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소리꾼이다. 

 

 

판소리 뮤지컬의 꿈 

 

 

대학 3학년부터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예비단원이 되면서 공연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다.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 공연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현재는 정단원이 되어 월급을 받고 있어 가족들에게 덜 미안하다. 

지연은 판소리를 작곡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판소리는 한국의 뮤지컬이기에 스토리가 중요한데 사람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분이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한글 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창작하여 박두성 선생의 업적을 국내외에 알리고 싶다는 꿈을 오래 전부터 가슴에 품고 있었다. 자신이 창작한‘송암 박두성’을 공연하는 상상을 하면서 김지연은 꿈을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