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7

E美지 32호/문학

나란히 걷는다는 것, 이동희 작가

 

 

1992년 2남의 첫째로 태어난 이동희는 세 살 때 홍역으로 인한 고열로 청신경이 손상되어 청각장애가 생겼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구화로 의사소통을 하며 일반학교에서 공부하였다.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였다.

그러나 이동희는 졸업 후 조각을 할 수 없었다. 작업을 할 공간도 없고 작품 활동으로 살 길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인의 창작 욕구를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집필을 마친 후 책을 출간한다는 것 역시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2020년 9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첫 번째 책 <안 들리지만, 그래도>를 출간하였다.

그는 1인 출판사 동치미를 창업하여 모든 출판 과정을 혼자서 해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들과 부대끼며 겪은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어 큰 관심을 모았다. 3년 후 내놓은〈나란히 걷는다는 것〉에서는 한 단계 성장한 저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청각장애를 스스로 깨닫게 된 계기


저의 청각장애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은 8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다른 또래 친구들은 주기적으로 분단별로 자리를 앞뒤로 바꾸는데, 저만 늘 교탁 앞 맨 앞자리에 고정이었습니다. 국어시간에는 늘 짝꿍이 손가락이나 펜으로 지금 읽고 있는 지문의 위치를 알려줬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선생님의 얼굴에 온 집중을 해도 알아듣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기억하는 청각장애에 관한 최초의 기억이자 에피소드입니다.

 

 

학교생활 적응하기


일반 학교에서 학업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과 허물없이 잘 어울려 살아가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복부와 성대에 손을 대고 진동을 느끼며 말을 배웠습니다.
중, 고등학교는 예체능 사립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학교에 대한 자랑처럼 비쳐질까 민망하고 염려스럽지만, 치열한 실기와 경쟁을 통해 선발된 수준 높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라서 그런지 다행히 초등학교 때처럼 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입학


개인적으로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청각장애인의 가장 안타까운 점을 한 가지 꼽자면, ‘정보의 부족’을 꼽고 싶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대학교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매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학교에는 교실과 나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마냥 초, 중, 고등학교처럼 담임 선생님이 있고, 내 자리가 있는 그 생활을 4년 더 하면 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같이 합격한 친구가 문자로‘동희야, 넌 무슨 수업 들을 거야?’라고 연락해왔을 때 비로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짐작했을 뿐이었습니다. 앞으로 제 앞가림을 잘하기 위해서는 더 집중하고 질문하고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진로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돈 벌기 쉬운 시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직업만 가지는 시대가 아닙니다. 책을 출간해서 팔고, 글쓰기도 가르치고, 강연도 하고, 글쓰기 재주를 가지고 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책 리뷰 계정을 운영하며 협찬도 받고, 글쓰기 혹은 조소, 조각을 주제로 유튜브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몇 가지는 실행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필요하다면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가진 자본을 토대로 재테크나 무인점포 창업 등에도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내가 가진 직업과 일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성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