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3
E美지 36호/미술
민화로 삶을 잇는 작가, 한서희

산골의 유년, 특수학교 시절
1970년생 한서희는 세 살 무렵 소아마비에 걸렸다.
갑작스러운 병은 부모님에게 큰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서울 외곽 남한산성 아래의 깊은 산골로 이주하였다.
학령기가 되었지만 학교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9세에 기숙사가 있는 특수학교인 삼육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삼육학교에는 재활병원이 있어 수술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서희가 걸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부모님들에게는 희망을 주었지만 어린 서희는 집을 떠나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이 싫었다.
더욱이 거듭되는 수술로 병원 생활이 길어지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삶의 나침반은 자유

그녀는 단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갇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싫었다.
하지만 삼육에 있는 동안도 많은 경험을 하며 알차게 보냈다.
학교에서 매년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학생들을 출전시켰는데 선생님이 참여의사를 물어보면 서희는 무조건 손을 들고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 덕에 매듭, 자수, 비누공예 등 종류별로 이것저것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결국 그녀의 꿈대로 고등학교를 일반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즈음 집안 형편이 조금 나아져서 집에서 통학을 할 수 있었다.
호기심으로 연 예술의 문

한서희는 어릴 적부터 책과 만화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하여 동화 작업에 참여하게 되어 예술적 감각을 키워나갔다.
그 후 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도자기 교실에서 도자기 공예를 배우며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우연히 조각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전통 복식에 관심이 생겨 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식학과에 입학하였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색감과 구성, 조각조각이 모여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조각보는 그녀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손바느질과 자수를 배우고, 전시회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힘썼던 그 모든 시간들이 그녀에게 미의식을 심어주었다.
민화로 이어진 새로운 시작

삶은 조용히 그녀를 민화로 이끌었다. 그림을 배우러 가는 날이면 마음이 설렜다.
진심으로 지도해준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녀에게 다시 한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감각을 선물했다.
한서희의 민화는 전통적 문양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
자수보자기의 색감과 구도를 차용해 자유롭게 재구성한 그녀만의 민화는, 단지 ‘예쁜 그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온기를 담은 손편지와 같다.
“이제 좀 같이 살자.”
그녀는 10년 동안 연애를 하다가 45세의 나이에 2015년 남자친구의 제안을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였다.
한서희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최고의 인생파트너이다.
한서희 대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