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9

E美지 38호/음악

어머니와 아들의 앙상블-바이올린 김성민, 성악 장인숙

 

1997년, 아들 성민이 태어났다.

37세의 초보 엄마는 아들이 말이 늦는 등 발육 상태가 보통 아기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 사이트로 자가 진단을 하였는데 아이가 장애일 것이라는 소견이 나와 큰 충격을 받았다.

엄마는 바로 특수교육에 임하였다.

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고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좋지 않은 행동 수정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성민은 부산하게 돌아다녔고, 집중력이 약했다. 특히 여러 가지 물건을 만지고 물체를 긁으며 돌아다녔다.

상동행동이라 하여 특수교육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행동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들을 자세히 관찰한 엄마는 아들이 물체를 긁으며 귀를 대고 소리를 듣곤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라디오, 녹음기, TV 등 여러 소리가 나는 기구들을 동시에 틀어 놓고 놀다가 엄마가 어느 것 하나를 끄면 금세 알아차리는 것을 보고 아이가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았다.

 

 

악보 가르치기

 

엄마는 집에서 성민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성민은 피아노를 어렵지 않게 공부하였다.

어느 날 성민에게 새로운 곡을 주며 쳐보라고 했는데 성민이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치지 못하였다. 아들은 엄마가 입으로 불러 주는 음을 듣고 피아노를 쳤었다.

성민은 악보를 보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엄마는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엄마가 음정을 조금 떨어지게 내면 틀렸다고 지적하던, 절대음감을 가진 아들이었다.

아들에게 악보 보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엄마는 고심하였다. 아들이 갖고 있는 절대음감을 살려 주고 싶은 엄마는 그때부터 엄마표 특수교육을 시작하였다.

성민이 악보의 오선을 구분하여 계이름을 익히고, 칸과 줄을 규칙적으로 올라가며 계이름이 달라지는 것을 알도록 해야 했다. 매일 매일, 하고 또 하고 반복 교육을 시켜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악보의 오선 맨 아래 사분음표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자동차 바퀴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그렇지! 자동차 바퀴가 붙어 있으면 레(Re), 레(Re)야.’ 라며 사물의 이미지를 활용하며

악보를 조금씩 익혀가도록 했다. 이렇게 악보를 읽어 나가는 것은 아들과 엄마에게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위기 넘기기

 

 

유치원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바이올린을 배우도록 하였는데 아이가 돌아다니기만 한다고 하여 바이올린을 그만두겠다고 하였으나 바이올린 선생님이 ‘성민이는 돌아다니다가도 시키면 잘해요.’라고 하여 

바이올린 개인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성민이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었으나 한글을 터득하지 못하자 제 시기에 입학을 시키지 않고 한글을 터득한 후인 열 살에 학교에 보냈다.

성민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니 엄마의 손길이 더욱 필요했다.

엄마는 당시 성악가로 무대에 서면서 대학교 강사 생활을 하느라 하루하루를 전쟁하듯 보냈는데 성민이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암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엄마는 수술실에 들어가며 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위해 꼭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다짐을 하였다. 

수술 후 병실에 처음 온 아들은 엄마의 모습을 보자마자 놀라서 문 뒤로 숨어 버렸다. 엄마는 빨리 회복하여 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하였다.

 

 

본격적인 음악교육

 

 

퇴원 후 엄마는 성민에게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켰다. 바이올린, 피아노, 플루트 등을 가르쳤다.

엄마는 아들을 지도하며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을 위로하며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 주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

음악 공부를 이어가면서 성민이 악보를 보는 능력은 날로 좋아져 점차 힘들지 않게 악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성민의 레슨비가 큰 부담이었지만 엄마는 조금씩 발전하는 아들이 고마웠다.

 

그러던 중 엄마에게 또 한 차례의 시련이 다가왔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엄마는 성악가로 활동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다가 36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였는데 성민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약해졌던 

남편이 성민이 중학교 2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아들을 키우기 위해 강의와 교회합창단 지휘 등의 일을 열심히 해야 했다.

옆에서 보살펴 줄 형제도 없기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면서 엄마는 아들이 가장 잘 하는 음악 실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아들의 음악교육에 열중했다.

그 결과 성민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고도 모든 교육을 일반학교에서 해내고, 2022년에 전주대학교 음악학과 바이올린전공 졸업을 하였다.

 

 

아들을 위해 공연 기획

 

 

엄마는 2014년에 공익단체 한국예문화원 대표를 맡아 장애 인식개선 공연 ‘희망콘서트’를 기획하여 아들과 또 다른 장애청소년 음악가들을 무대에 세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2020년부터 발달장애 음악청소년만으로 구성된 ‘사랑나무앙상블’을 창단하여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엄마는 어느 곳이나 아들과 동행하여 엄마가 기획한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엄마가 반주와 노래를 할 때 아들이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바이올린 부분은 엄마가 직접 편곡하여 악보를 만들어 아들에게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나서 ‘에바브라앙상블’ 이라는 이름으로 아들과 함께 재능기부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주 기회였기 때문이다.

아들은 청음 능력과 암기력이 뛰어나 협연을 할 때 다른 악기 소리를 듣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공무원이 된 성민

 

 

2025년 초에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에서 장애인오케스트라를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실기시험에는 초견(初見) 악보를 연주하는 테스트가 있어 엄마는 초견 악보를 40여 개 작곡하여 매일 매일 초견 악보를 보는 연습을 시켰다.

그 결과 성민은 초견 시험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연주하여 당당히 공무원 자격을 가진 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었다.

성민은 하루 5시간을 근무하고 엄마 대학 강사료만큼 월급을 받는다. 2년 임기제라 불안하지만 실력이 있으면 다시 연장이 될 수 있기에 매일 아침 출근 전 한 시간은 엄마와 연주 연습을 한다.

엄마는 발달장애 아들이 연주를 하며 공무원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꿈만 같다. 성민도 직장이 생기자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 65세가 되어 이제 대학 강의가 없는 엄마는 아들에게 말했다.

 

“이제 내가 네 월급으로 사는구나. 내가 너를 더 잘 모셔야지?”


65세로 법적 노인이 된 엄마가 가곡을 부를 때 28세 아들은 어머니와 호흡을 가장 잘 맞추어 연주한다.

엄마는 아들과 피아노 이중주를 연주하며 선율로 대화한다.

아들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연주를 할 때 엄마는 피아노 반주를 해주며 감정을 나눈다.

아들이 있었기에 엄마는 예술치료학 박사학위도 받았고, 계속 무대에 함께할 수 있었음을 감사해하며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김성민

2022년 전주대학교 음악학과(바이올린전공) 졸업

예술활동증명 완료(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음악협회 전주시지부 정회원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 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

사랑나무앙상블 단원

2012 우경 장한학생상

2010 제6회 대한문화예술제 전국학생음악콩쿠르 동상

2007 제22회 현대음악경연대회 준특상


대표 연주

2024 제2회 독주회(전북문화관광재단 후원, 체임버앙상블과 협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2024 기획공연 “휴” 김성민‧장인숙 모자앙상블(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후원, 우진문화공간)

2023 제1회 독주회(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2022 자르테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전라북도 후원, 평화의 전당)

2022 J체임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2022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 폐막콘서트 독주

 

초청 연주

2024 전북 완주 소년소녀합창단 정기 연주회 초청 연주

2024 남원 용성고 예술진로체험활동 초청 연주

2024 완주군 가족음악회 초청 연주

2024 전주교육청 체험센터 개관식 초청 공연

2023 전북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 특별초청 연주

2023 익산교육지원청 주최 음악회 초청 연주

2023 전주문화재단 주최 이팝프랜즈 후원인의 밤 초청 연주

2023 이웃사랑의사회 송년음악회 초청 연주

2023 전북 완주군 송년음악회 초청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