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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예술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해드립니다.
2025-11-29
E美지 38호/미술
우드버닝 화가 박윤경의 도전은 무죄
작은 실수로 벌어진 대참사

1970년생인 박윤경은 44세인 2014년 어느 날, 이른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텃밭으로 갔다.
가족들의 반찬이 될 채소들이 있는 텃밭은 주부 입장에서는 소중한 보물 창고였다.
이삿짐센터의 이사 일정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일어나서 텃밭에 제초제를 주었다. 남편과 함께 이삿짐센터 일을 하러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 일찍부터 서두른 것이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나오는 바람에 손에 들린 제초제가 담긴 콜라병을 보고는 음료수를 들고 나왔다 생각하고 잠도 깰 겸해서 한 모금 입속으로 흘려 보냈다.
그런데 그 순간 그것이 제초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얼른 뱉어내고 방으로 들어가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119가 빨리 도착하여 수원에서 가장 큰 빈센트병원으로 달려갔고 위세척을 한 후 정신을 차렸다.
의사는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위가 완전히 비워져서 회복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할 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동안 시간이 흘렀을 때 손과 발에 생긴 괴사를 긁어내는 정도의 수술을 하겠다고 하였다.
아주 간단한 수술처럼 말했기에 남편은 출근을 하고, 아직 미성년이던 딸이 엄마의 수술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수술실에 들어간 의사가 갑자기 보호자를 찾았다.
남편은 급히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딸은 미성년이라서 의사 뜻대로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술을 받고 나온 윤경의 두 손과 두 발에는 붕대가 크게 감겨져 있었다.
가족들은 엄마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를 했지만 그 수술은 그녀의 두 손과 두 발이 절단되어 나가는 무시무시한 수술이었다.
살기 위한 방법을 찾다

그 엄청난 비극 앞에서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부터 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자수기능사 2급(국가기술자격증)으로 미싱자수 기술자로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22세에 결혼을 한 후 경기도의 소도시에서 살면서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일하다가 남편과 함께 이삿짐센터를 차려서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을 했다.
그래야 아들과 딸이 자신의 꿈을 펼치며 자유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이 손과 발이 꽁꽁 묶여 버린 것이다. 그 전에 했던 일들은 물론 밥 먹는 일조차 혼자서 할 수 없었다.
양쪽 손목으로 연필을 잡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손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했다.
장애인 등록을 하고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에 회원으로 등록하여 여러 가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손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대체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머릿속에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그런 도구를 만들어 줄 전문 기술자가 없었다.
마침 경기도 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이 문을 열면서 윤경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수저, 칼, 국자, 계란말이 등을 뒤집을 때 사용하는 뒤집개 등 주방에서 사용하는 주방용품들을 그녀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해 주었다.
그녀가 아이디어를 주면 전문가들이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었기 때문에 식사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박윤경은 머리를 묶는 것만 빼고는 거의 다 할 수 있다 할 정도로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 갔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실감나는 부분이다.
그래도 살 방법이 있더라

첫 번째 도전은 장애인 슐런(Sjoelen)이었다.
슐런은 나무보드 위에서 퍽을 홀에 넣어 점수를 내는 스포츠이다. 네덜란드의 전통놀이에서 유래된 슐런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국민스포츠이다.
손가락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자 윤경은 자신감이 생겼다.
박윤경은 장애인슐런 경기도 대표선수이다.
2024년에 이어 올해도 선발전에 나가 본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획득했다.
장애인올림픽 종목이 아니라서 비인기 종목이지만 박윤경은 자신이 선수로 대회에 참여하여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우드버닝을 배우며

슐런을 통해 나무와 친해자자 또 다른 길이 열렸다.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진행하는 우드버닝, 즉 인두화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인두화가 너무 재미있어 집에 와서도 자기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하다 보니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지역사회에서 진행하는 인두화 작품전시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제10회 국제한얼문화예술대전에서 인두화 부문 특선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실력이 부각되었다.
우드버닝은 나무 표면을 인두로 지지거나 태워서 그린 그림인데 박윤경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조금 특별하다.
플라스틱 도마와 연필을 연결해 그것이 손이 되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먼저 인쇄해 둔 도안을 나무판에 꼼꼼히 테이프로 고정시킨다. 그다음 사진과 나무판 사이에 먹지를 대고, 얇은 플라스틱 도마를 말아서 연필을 쥘 수 있는 손을 만든 후 그림을 그리는데
연필을 쥐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계속 확인을 해야 한다. 이런 준비를 한 후 인두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도마이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손이다.
이 도마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요리도 한다.
우드버닝은 섬세한 작업이라서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작품이 완성되는데 그녀는 손이 없으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늘 통증이 있지만 작품이 완성되면 큰 성취감에 아픔을 잊는다.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박윤경은 2023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우드버닝 화가로 소개되면서 지역사회 전시회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응원해 주었다. 멋진 의수를 선물받기도 하였다.
그동안은 그냥 손 모양만 붙이는 미용의수였다면 이번 의수에는 오른손 중지 끝에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터치용 스크린 팁을 부착하여 의수를 착용하고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그녀는 양쪽 발에도 의족을 하고 있다. 그래야 신발을 신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발을 오래 신고 있으면 저리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면 바로 의족을 벗는다.
의족이나 의수를 착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사고가 난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그녀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끌어안고 살고 있다.
괴사된 부분을 긁어내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지만 한꺼번에 수족을 다 잘라 버린 것, 환자인 윤경도 몰랐고 가족들도 몰랐다.
그 수술은 그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하고 보호자 사인 없이 진행된 의료사고였다.
괴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염증치료를 서둘러 했었더라면 괴사가 일어난 손가락 발가락 끝만 잘라 냈더라면… 뭐든지 빨리 했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았을 텐데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그 의사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싸우다가 한계를 느끼고 의료소송을 해서 2024년까지 재판을 진행했지만 거대한 의료 권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 놓은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오히려 변호사 비용만 늘어났다.
상해보험도 들어 놓았지만 의사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날아가버렸다.
그녀는 사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빚도 쌓여 있었다.
한국인두화 작가로서

올여름에는 첫 번째 개인전시회를 안산미술관에서 개최했다.
2023년에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재방송을 보고 안산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해 주겠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아직도 재방송이 되는 줄 몰랐다고 고마워하였다.
박윤경은 개인전시회에 42점을 전시하여 3점을 팔았다. 그녀는 자기 그림을 구매해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좋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전시 준비를 도와준 미술관에 작품 몇 점을 기증하고, 아는 지인들에게 선물하였다.
우드버닝 작품이 뜨거운 불로 작업을 하다 보니 선이 굵어 강한 느낌을 주지만 요즘의 작품은 귀엽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
박윤경 작가는 현재 수원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장애인복지관으로 간다.
주위 분들이 알려 주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실시하는 예술활동증명에 등록을 했고,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예술인기회소득도 받았다.
장애인예술 분야는 잘 몰라서 장애예술인으로서의 서비스는 아직 받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이 장애예술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기에 한국 인두화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박윤경
한국인두화 계승회 회원
2023 제10회 국제한얼문화예술대전 특선(인두화 부문)
2023 제15회 한얼문예박물관 특별전 삼체상
2023 불꽃의 미학(인두화 전시/장안구청)
2023 인두화와 캘리의 만남(인두화 전시/수원시청)
2024 인두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인두화 전시/권선구청)
2024 인두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인두화 전시/팔달구청)
2024 인두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정자1동 주민자치센터/기억공간 잇다)
2025 인두화작가 박윤경 개인전(안산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