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9

E美지 38호/AA파트너

구직자가 아닌 작가님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핀휠 유명곤 대표

 

 

그는 왜 사회복지를 선택했을까?

2002년 어머니는 한국입양홍보회를 만들어서 공개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 앞장섰다. 

입양은 자식이 없는 부부가 신생아일 때 아기를 데려와서 친자식이라고 출생을 숨기는 비공개가 아니라 자식이 있어도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공개 입양이 되어야

우리나라에서 입양이란 제도가 긍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7년 5번째 동생이 생겼는데 여자아이였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발달장애가 발현되자 파양을 한 경우이다.

갈 곳이 없자 어머니가 집으로 데려왔다. 입양 가정이 나타날 때까지 잠시 보호해 주기 위해서였지만 정이 들어 동생이 되었다. 

이제 그의 가족은 장애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7번째 동생은 시설에 있다가 동생이 되었다. 어느 날 유명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생을 만났을 때 동생이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그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잘 보이지 않아서 누군지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 즉시 안과에 가서 검안을 한 결과 교정시력이 나오지 않는 시각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동생은 흐릿하게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9명의 입양 동생들 가운데 여동생이 1명이고 대부분의 입양 가정에서 여자아이를 원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계속 남동생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는 9명의 동생 가운데 2명이나 장애가 있는 장애인 가족의 맏형이다. 이런 집안 분위기 속에서 유명곤은 자연히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당연히 대학 입시 때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고, 졸업 후 노인복지시설과 정신보건센터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15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장애인에게 가장 절실한 직업을 찾아주는 회사를 창업하였다.

 

스타트업 핀휠

 

 

장애인 맞춤형 채용 연계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핀휠은 2021년 설립된 기업으로, 핀휠은 장애인고용 의무가 있는 기업에 장애인을 연결해 주는 B2B 서비스 기업이다.

 

장애인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러하다.

한 청각장애인 구직자가 경비직을 희망했는데 이력서를 보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화가였다.

 

“그분의 그림을 보는 순간, 구직자였던 분이 ‘작가님’으로 보였습니다. 많이 죄송했고, 겸손해졌습니다.”

 

이 구직자는 현재 화가로서 직장을 얻고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만약 그때 유 대표가 원하는 경비직으로 연결해 주었더라면 그 구직자의 미술 재능은 묻혀 버리고 고단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후 핀휠은 단순한 채용 연계를 넘어, 장애예술인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게 되었다.

 

 

보여주는 고용

 

 

지난 6월 과천지식정보타운 안에 있는 디엠(THE M)그룹 지식산업센터에 276㎡ 규모의 상설 전시장 ‘갤러리 바다’를 개관했다.

갤러리 바다는 핀휠과 디엠그룹이 손잡고 함께 만든 국내첫 민간 상설 장애인미술 전시 공간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존재처럼, 차이를 품는 공간을 상징한다.

처음에는 작품 판매 계획도 없었으나, 점차 전시 기획이 구체화되면서 향후 판매도 핀휠이 일부 직접 담당할 계획이다.

 

갤러리 바다의 핵심은 보여주는 고용이다. 

기업에게 장애예술인 채용을 권할 때, 장애예술인들이 실제로 어떤 창작 활동을 하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핀휠은 전시 공간을 마련하였다.

 

 

먼저 조명을 비추자

 

 

핀휠과 연결된 작가 중에는 디지털 아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성준 작가가 있다.

그는 휠체어를 사용한다.

그는 직장에서 신세계백화점 외벽에 설치한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장애인 콜택시로 출근을 하다 보니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납기일에 맞춰 작업을 해야 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중 핀휠을 통해 개인 작가로서의 꿈을 펼치며 시네오스헬스코리아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핀휠은 이성준 작가처럼 예술성과 전문성을 지닌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이들의 활동 방식이 고용 형태로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김종섭 작가는 오른쪽 팔에 장애가 있고 청각장애도 있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개인전이 꿈이라고 하였지만, 전시 기준인 30점 이상의 작품, 도록 제작, 출판 등 현실적 장벽 앞에서 주저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유 대표는 신진작가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결과가 나온 후에야 조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조명을 비추는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고용

 

 

핀휠이 지향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고용이다.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해서는 단순히 근무 시간과 급여를 높이는 접근이 아니라, 개별 예술인의 삶의 방식과 작업 패턴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핀휠은 일률적인 고용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각 예술인의 작업 스타일과 선호를 반영한 맞춤형 고용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급여나 시간 조건이 아니라, 예술인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다.

 

핀휠은 갤러리 바다 1호점을 시작으로 더 많은 갤러리를 열어, 더 많은 장애예술인과 기업을 연결하고자 한다.

해외 장애예술인과의 협업도 계획 중이다.

 

핀휠은 예술 기반 고용 모델의 국내외 확산을 목표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장애예술인들의 굿 파트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