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7

최명숙 여행시집

삽시간의 황홀 그 너머에

 

 

 

시와 사진_최명숙

 

 

 

최명숙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시와 비평으로 등단했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국제문단문인협회,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와 문화예술이 있는 장애인들의 모임인 보리수아래를 이끌며 문학과 문화예술을 통한 나눔과 실천에 힘써 왔다.

또한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위원회 위원, 《솟대평론》편집위원, 대한불교조계종 포교

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 장애인의 날 유공자 대통령 표창, 계간《국제문단》문학 대상, 대한불교조

계종 포교대상 원력상, 대한민국 인권대상(장애인 봉사 부문), 불교활동가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심검당 살구꽃》,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 서면》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비롯해 수필집 《마음의 쉼표 하나》, 《구도시인 최명숙》

을 출간했다.

 

 

 

여는 글

길 위의 인연, 마음의 풍경을 시화집에 담으며

 

우리 여행 갈까요?

이 말을 나는 좋아한다. 참으로 낭만적인 말이다.

 

우리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언제나 막연한 환상을 품고 살아간다.

그곳이 어디이든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따뜻하고 애틋하다.

카메라 하나를 어깨에 메고 길을 나설 때면 이미 마음은 반쯤 그곳에 도착해 있다.

여행지의 아침에 눈을 뜨며 시와 사진으로 남길 기록을 떠올리면 설렘은 하루의 첫 숨결처럼 조용히 피어난다.

 

여행은 시간을 버리거나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낯선 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익숙함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모든 것이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는 사실, 그 무상함 앞에서 풍경은 더욱 선명해지고 마음은 한층 부드러워진다.

새로운 경험과 생각은 쌓이기보다는 삶 깊숙이 스며들어 어느새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시간을 만나게 될까?

나는 매일 아침 카메라 렌즈를 닦으며 그 물음을 마음속에 품었다.

집착하지 않고 다만 잘 보고 잘 느끼고 잘 담아내자는 다짐이었다.

그 덕분에 여행의 순간들을 눈으로도 사진으로도 그리고 사유로도 더욱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다.

 

여행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멀리서 바라본 이름모를 이들의 삶, 스치듯 마주쳐 나눈 짧은 인사, 우연한 만남 속에서 피어난 작은 온기들, 같은 공간 안에서도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했고 전혀 다른 문화와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문득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원인이 되고 조건이 되며 보이지 않는 인연의 실로 이어져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다 보니 다른 이에게 말을 건네고 도움을 청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사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다리가 되었고 마음은 그보다 먼저 다가갔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통해 사색의 시간과 새로운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의 시간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이 책에 실린 시와 사진들은 그런 여행의 기록이다.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에 스며든 생각들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삶을 향한 작은 깨달음을 시와 사진에 담아 보았다.

한 장의 사진이 한 편의 시가 되고, 한 편의 시가 다시 누군가의 여행이 되어 독자의 마음속을 천천히 걸어가기를 바란다.

 

이 시화집을 발간하도록 후원과 축하의 글을 보내주신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귀한 응원 메시지를 전해주신 이승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님과 이상기 아시아N 발행인님

그리고 정성으로 책을 빚어주신 이주현 도서출판 해조음 대표님께도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느린 걸음으로 때로는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써 내려간 이 시와 사진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잠시 머물다 가는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길 위에서 만난 바람과 햇살, 사람과 풍경이 이 책 속에서 다시 살아나 독자들의 마음에 작은 쉼표 하나를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바람처럼 가볍게 다가가되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풍경이 되기를,

그리고 이 작은 여행의 기록이 삶을 향한 따뜻한 동행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