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9

삽시간의 황홀 그 너머에

여행은 늘 말을 걸지

 

 

여행은 늘 말을 걸지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다른 어느 곳에서도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까닭이지

 

너무 서두르지도

너무 늦어지지도 않은 순간에

여행은 늘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내 마음에 말을 걸지

아주 태연하게

그리고 놀라울 만큼 정직하게

 

눈 오는 겨울날

마음속에 있던 오래된 짐을 내려놓고

기차에 타고 떠나보면 알게 되지

 

그 여정에

시 한 편이 곁에 있어 준다면

그 여행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저무는 한강 그 강가의 풍경

 

 

며칠간의 여행에서 돌아오다 황혼 녘 강가를 바라보면

어둠을 맞는 빌딩들은 환희로운 불을 켜고

노을은 강물 위에 누워 흘러갑니다

붉은 강물은 흘러가다가 다리마다 어둠을 세우고

가로등 켜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밤이 깊을수록 강을 따라 섰던

사람들을 집을 향해 내보내고

강 아래서 강 위로 혹은 강 위에서 강 아래로

각자의 길로 향하는 사람들은 검은 점이 되었습니다

점점이 이어진 사람들은 강변로의 꽃으로 피었습니다

 

피곤한 이야기들이 허공을 떠돌다가도

귀가의 낯빛은 아름답고

수고로움의 위로가 따뜻한 포옹을 합니다

착하게 살면 하늘이 주는 밥상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선한 사람들은 선한 자리를 만들고 허한 사람들에게

한자리를 내주어도 섭섭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강의 길목에서 만나 누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다운 우리를 만들며 흘러갑니다

희망 하나 갖고 사는 습관이 불 밝히는 강변로에서

밤은 깊어가고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