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9

삽시간의 황홀 그 너머에

갠지스강 저녁 무렵

 

 

갠지스강 저녁 무렵

 

 

저녁 무렵

갠지스 강변에

다비의 불꽃이 선연히 타오르고

 

타오르는 빛과 흐르는 강물 사이

날아가는 새들은 노을에 젖어

날갯짓마다 생과 사의 경계를 지운다

 

소리 없는 기도

물결 위에 떠가는 디아의 꽃등

 

어느 생엔가

어둠과 빛의 수레를 타고

오래된 길을 따라 이 강에 왔던가

 

순간의 유성처럼 스친 발자국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길

항하사 같은 수많은 날을

걸어 왔을 일이다

 

서에 해가 지고

동에 달이 뜨는 하늘을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물과 불과 바람이 한 호흡으로

조용히 묻는 말

 

그대 지금 여기 오지 않았던가

그대 또 여기서 흘러가지 않았던가

 

 
 

시월의 길

- 허난설헌 생가에서

 
 

부용꽃 아직 남은 시월의 경포천에 갔다

가을 낮달이 낮게 넘어가는 길

그녀가 걸었던 그 길에서 내 마음도 서성인다

 

난설헌교에 이를 즈음

오랜 상처를 보듬듯 서서히 번져오는

죽지사의 숨결 앙간비금의 메아리

 

부용꽃마저 지려 하니

아침에는 순백으로 하루를 깨웠던 마음

낮이 되면 연지 빛을 담은 사람의 속삭임도

해가 저물 무렵이 되면 붉은빛으로 깊어지고

하루의 끝 덧없음 속에서도

조용히 사라지는 순간을 묻는다

 

그 변하는 기억의 향기가 물 위에

시린 노래처럼 남아 있고

바람에 진 꽃잎은 한 폭의 수묵화에 담긴다

 

한 여인의 길을 마주한 내게 지는 꽃은 물었다

사는 것은 흘러가는 것 아니면 잠시 머무는 것인가

 

피고 지는 인연보다 깊은 무상 속에서

부용꽃의 하루처럼 살다간 그녀는 영원하다

시월의 길 위에서 깊이 사랑하게 되는 이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