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9

삽시간의 황홀 그 너머에

비 오는 미술관

 

 

비 오는 미술관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거기 미술관에는

아이 업은 아낙이 비에 젖고

수천 가닥 실을 두른 화가는

먼 산을 바라본다

 

거친 화강암에

세월의 주름을 켜켜이 새긴

곡선의 언어가

우산 없는 나를 맞았다

 

손끝에 스치는 숨결

울퉁불퉁하게 살아 있어

더 깊은 선함과 진실의 그림

그는 알지 못한 그의 미술관

빛 그리고 바람과 돌

그의 손끝을 나가

그 대지 위에 저절로 새겨졌을게다

 

그가 나고 자란 터

수수한 세월의 흙에서 찾던

귀향의 그림자

비 오는 미술관이 있었다

 

아득한 세월의 시간만큼

그의 그림들이

그를 기다렸던 것을 알았다

 

 

 

김시스터즈의 노래

- 목포 이난영 김시스터즈 기념관에서

 

 

세상은 헐벗고

세월이 척박하게 흘러가던 시절에

어디선가 세 소녀의 노래가 흘렀지

 

잿빛이 아직 마르지 않은 저녁마다

작은 무대 위 세 소녀가 부르던 노래

고달픈 삶 그대로 그런 것이었지

  

어느 항구에 서 있는 뱃머리처럼

그녀들은 세상의 길잡이가 되었고

얇은 리본 같은 슬픔도

그녀들의 하모니 속에서 꽃으로 피었다지

 

사람들 모두 허기를 움켜쥐던 시대에도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

고향에서 불어온 따뜻한 바람이

하늘과 땅의 눈동자를 맑게 만들었다지

 

오래된 라디오 속

그녀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리가 척박하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세 소녀의 노래는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불렀던

그 헐벗은 세상 한 귀퉁이의 작은 봄바람으로

아직도 불고 있지